연준 의사록·중동 리스크…위험자산 모멘텀 제약
연초 23% 급락…사상 최악의 출발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20일 6만8000달러를 넘어서며 광범위한 가상자산 반등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추세 전환보다는 '일시적 안도 랠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초 이후 누적 23% 급락이라는 기록적 부진, 대형 보유자들의 거래소 유입 확대, 채굴 수익성 악화 등 구조적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 비트코인 반등…이더리움은 2000달러 아래 '경계선'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컸던 한 주를 지나며 6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시간 오후 6시 15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전장 대비 1.94% 오른 6만81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ETH)은 1969달러로 소폭 상승하고 있다.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2000달러는 '돌파 시 축하할 가격'이 아니라 반드시 방어해야 할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XRP는 1.43달러로 0.8% 상승, 솔라나(SOL)는 84.35달러로 3.8%, BNB 코인은 613.65달러로 1.17% 각각 상승하는 등 주요 알트코인도 반등세다.
시장 흐름은 파동처럼 반복되고 있다.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만, 과거 고점에서 물린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고 빠져나올 수 있는 구간에 도달하면 매물이 즉각 출회되는 구조다. 다만 이번 주 반등은 이전보다 다소 덜 취약해 보인다는 점에서, 강제 청산 물량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연준 의사록·중동 리스크…위험자산 모멘텀 제약
거시경제와 지정학 변수도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연방준비제도(Fed) 의사록은 예상보다 매파적 색채를 띠며 단기 금리 인하 기대의 문턱을 높였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멈출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달러 강세와 금융 여건 긴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 긴장 고조도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에 10~15일의 시한을 제시하고,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군사력을 증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금 가격은 온스당 5000달러 부근에서 안정 흐름을 보이며 위험자산의 탄력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전략가들은 미국 증시의 신중한 분위기를 감안할 때 비트코인이 2024년 하반기 수준의 저점을 재시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더리움의 경우 2000달러 부근 장기 지지선이 유지되고 있지만, 1500달러대 최근 저점이 무너지면 본격적 하락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형 보유자 '매도 준비' 신호…바이낸스 유입 사상 최대
온체인 지표도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대형 보유자(고래)의 바이낸스 유입 물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상승 구간에서 현물 매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리서치 업체 K33은 현재 상황을 2022년 약세장 후반과 비교하며, 급반등보다는 장기간 완만한 횡보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물 수요가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는 한 반등이 추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 채굴 난이도 15% 급등…수익성은 '수년래 최저'
네트워크 지표에서도 시장의 복잡한 긴장감이 드러난다. 최근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144.4조(T)까지 치솟으며 직전 조정 대비 15% 급등했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채굴 난이도는 약 2주(2016개 블록)마다 자동 조정되며, 네트워크 참여 연산 능력(해시레이트)이 변하더라도 블록 생성 시간이 평균 10분 안팎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급등은 네트워크에 투입된 연산 능력이 빠르게 회복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해시레이트는 한때 826엑사해시(EH/s)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제타해시(ZH/s)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의 혹한으로 주요 채굴업체들이 전력 사용을 줄이면서 네트워크 연산 능력이 급감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6만7000달러대로 반등하자 다시 채굴 장비 가동이 늘어난 것이다. 가격 회복이 채굴 참여 확대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구조가 재현된 셈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해시프라이스(해시레이트 단위당 하루 예상 수익)는 PH/s당 약 23.9달러로 수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난이도는 높아지고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채굴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마진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전기료와 설비 투자 비용이 높은 중소 채굴업체들에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전력에 접근할 수 있는 대형 채굴 사업자들은 공격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국가는 채굴 사업을 통해 수억 달러 규모의 미실현 이익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력이 충분하고 에너지 비용이 낮은 사업자들이 네트워크의 연산 능력을 떠받치며 해시레이트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구조다.
한편 상장 채굴 기업들 사이에서는 전략 전환 움직임도 나타난다. 전력과 연산 자원을 인공지능(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센터로 재배치하려는 시도다. 채굴업체 비트팜스(BITF)는 최근 사명에서 '비트코인' 색채를 지우고 AI 인프라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엇 플랫폼스(RIOT) 역시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결국 네트워크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수익성 압박과 사업 구조 변화라는 이중의 변곡점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연초 23% 급락…사상 최악의 출발
무엇보다 투자자들을 짓누르는 것은 연초 성적표다. 비트코인은 2026년 들어 첫 50일 동안 23% 하락했다. 1월 10%, 2월 15% 하락으로, 사상 처음으로 1월과 2월이 연속 하락하는 흐름이다.
과거 1월에 두 자릿수 하락이 있었던 해에도 2월은 반등했지만, 이번에는 그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2년 이후 가장 약한 연속 월간 성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대선 이후 해가 통상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부진은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결국 현재 시장은 '반등은 가능하지만 추세 전환은 아직'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대기 매도 물량과 거시 변수, 채굴 수익성 압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비트코인의 회복은 여전히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