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거장, 5일 별세
해체주의, 표현주의 건축 대표하며 명성 구가
빌바오 구겐하임,파리 루이비통 미술관 등 설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캐나다 출신으로 미국 로스앤젤리스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지난 5일(현지시각) 타계했다. 프랭크 게리는 최근 호흡기질환을 앓다가 이날 L.A 산타모니카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9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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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거장으로 불려온 프랭크 게리가 12월 5일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타계했다. 사진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프랭크 게리. 2025.12.08 art29@newspim.com |
프랭크 게리는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건축가'로 불린다.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건축이 여전히 주를 이루던 1970년대부터 그는 파격과 실험에 앞장섰고, 조형성을 살린 획기적인 건축을 잇따라 선보였다. '건축은 집이기에 앞서 예술'이라고 주창한 그는 체코 프라하의 ING사옥(1996),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1997), 미국 L.A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 등 유명 건축물을 설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미술관이라든가 공연장 등 예술기관 건축에 있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미술관 건축의 독보적인 스타건축가'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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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프랭크 게리가 1997년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이 독특하고 파워풀한 미술관은 쇠락한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인이 찾고 싶은 예술도시로 바꿔놓았다. [사진=빌바오 구겐하임] 2025.12.08 art29@newspim.com |
스페인 서북부의 공업도시 빌바오에 세운 구겐하임미술관은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이자 그의 이름에 날개를 달아준 역작이다. 번쩍이는 티타늄 조각으로 외관을 뒤덮은 놀라운 형태의 이 미술관은 당시 건축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빌바오 구겐하임은 철강업 쇠퇴로 침체의 늪에 허덕이던 빌바오를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예술 도시로 반전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인구 40만 명의 빌바오시는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세워지며 전세계에서 100만명이 다녀가는 관광도시로 일거에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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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거대한 흰 범선 형상의 파리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미술관. 프랭크 게리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하며, '미술관을 짓는 건축가'라는 수식어도 확고해졌다. [사진=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2025.12.08 art29@newspim.com |
이후 게리는 프랑스 파리의 볼로뉴숲에 범선을 연상케 하는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미술관을 디자인하며 명성의 정점을 찍었다. 이 미술관으로 인해 '해체주의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라는 평이 더욱 공고해졌다. 2019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루이비통 메종 서울을 설계했고, 아랍에미레이트가 거국적으로 밀고 있는 '사디야트(섬) 아트프로젝트"의 일환인 구겐하임 아부다비 미술관도 설계했다. 구겐하임 아부다비 미술관은 당초 2017년 개관예정이었으나 공기가 지연돼 2026년 개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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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오는 2026년에 개관 예정인 구겐하임 아부다비 미술관. 아부다비와 인접한 사디야트 섬에 위치한 이 거대한 미술관 역시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했다. [사진=구겐하임 아부다비] 2025.12.08 art29@newspim.com |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게리는 노동자계층 가정에서 어렵게 자랐다. 1947년 가족을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남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이후 하버드디자인대학원에서 도시계획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금메달과 미국예술가협회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프랭크 게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그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종묘을 방문했다. 삼성문화재단이 1990년대 중반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현대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며 건축가로 프랑크 게리를 지목했던 당시 그는 종묘를 여러 번 찾았다. 비록 이 미술관 건립은 IMF로 취소됐지만 이후 게리는 한국 방문 기회가 주어지면 종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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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프랭크 게리의 표현주의적이면서도 해체적인 건축의 특징이 잘 반영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스위스 바젤에 위치해 있다. 2025.12.08 art29@newspim.com |
프랭크 게리는 2012년에도 가족과 함께 종묘를 찾았고 "종묘 건축의 아름다움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게리는 종묘 정전의 길고 반듯한 목조건물과 규칙적인 기둥 배열,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공간구성에 탄복하며 "종묘는 단순한 미니멀리즘을 뛰어넘는다. 이 공간은 평등과 무한의 공간이자 하나의 우주와 같다"고 평했다.
또 "이처럼 고요하고 장엄한 공간은 세계 어디에도 찾기 힘들다. 굳이 세계에서 종묘와 느낌이 비슷한 건축을 꼽자면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정도"라고도 했다.
한편 해체적이면서도 파격적인 형태를 보이는 게리의 표현주의적 건축에 대해 예술계에선 찬사와 비판이 공존한다. 일각에선 게리의 건축이 '자신을 드러내는 조각이지 건축이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화려한 외형을 드러내는데 쏠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리의 작품이 보여주는 파격적인 창조력과 독보성은 오랫동안 감춰졌던 건축의 또다른 영역을 되살려냈다는 평도 있다. 프랭크 게리는 생전에 "건축은 인간 삶의 혼란과 감정, 민주적 정신을 담아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