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세제·인허가 지원 확대 담겨
근로 유연화 논의는 여전히 미궁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인허가·특구 지정 등 국가 직접 지원 근거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1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게 됐지만, 업계가 가장 절실하게 요구해온 '연구개발(R&D) 인력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조항은 결국 빠졌다. 업계에서는 여야가 법 제정에 합의하며 지원 틀은 마련됐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이 '시간 전쟁'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한 근로 유연성 논의는 또다시 뒤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지원 틀은 생겼지만…'주52시간 유연화' 빠지자 "핵심 비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되, 쟁점이었던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이 반도체법을 발의한 지 약 1년 만에야 국회 문턱을 넘게 되는 셈이다.
해당 조항은 그간 여야의 가장 큰 충돌 지점이었다. 국민의힘은 'R&D의 연속성과 속도는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반도체 등 일부 직군에 대해 주52시간제 예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노동계 입장을 들어 강하게 반대해왔고, 결과적으로 해당 조항 없이 법안이 추진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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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국회 본회의장 모습 2025.09.29 mironj19@newspim.com |
◆ 글로벌 경쟁국은 이미 '유연 근로' 전환
이번 특별법에는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여러 지원책이 포함됐다. 반도체 특구를 지정해 공장 신·증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산업부가 규제 개선을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반도체 관련 기금·특별회계 조성, 세제 혜택, 국가반도체위원회 설치 등도 담기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불확실성을 줄일 제도적 장치가 생겼다.
다만 업계는 정작 현장에서 가장 시급했던 근로시간 유연화가 빠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대만·중국은 연구 인력 운용이 비교적 유연해 개발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국은 제도적 한계가 여전히 크다"며 "특별법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경쟁력을 높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은 '시간 싸움'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문제 제기는 뿌리가 깊다. 대만 TSMC는 24시간 연구실 불이 꺼지지 않는 체제를 기반으로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70%를 장악했고, 중국은 996(오전9시~오후9시·주6일)을 넘어 007(24시간·주7일)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공격적으로 R&D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역시 고소득 연구직에는 노동시간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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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이런 글로벌 환경에서 중국 CXMT·YMTC는 이미 한국·일본에서 1000명 이상을 영입하며 DDR5·LPDDR5X 등 고급 D램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내년 D램 시장 점유율 일부 구간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가 '주52시간 예외'를 주장해 온 이유도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프로젝트 단계별로 집중과 분산이 가능한 탄력적 인력 운용이 필요하다는 산업적 특성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1~2일의 개발 공백이 결과를 바꿔놓을 정도로 시장 변화가 빠르다"며 "인력 운용에 대한 유연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현장에 많다"고 전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