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흑자 전환 이끈 정현석, 백화점 수장에…'정통 롯데맨' 발탁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로…e그로서리·동남아 전략 맡아 확장 가속
HQ 체제 축소하고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빠른 실행력 중심 조직 재편
신임 임원 81명·CEO 20명 교체… 직급보다 직무 전문성, 성과 기반 인사 확대
"변화보다 실행"… 내부 육성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롯데그룹이 26일 단행한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쇼핑을 비롯한 유통군 핵심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며 본격적인 성과형 인사와 세대교체 기조를 강화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정현석 롯데아울렛사업본부장(1975년생, 부사장)의 롯데백화점 대표 선임이다. 2000년 롯데쇼핑에 입사한 정 대표는 고객전략팀장, 영업전략팀장, 중동점장, 롯데몰 동부산점장 등을 거친 정통 '롯데맨'으로, 현장 장악력과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FRL코리아(유니클로 운영사) 대표에 발탁된 이후 구조조정과 온라인 채널 중심 재편을 통해 대규모 적자 상태였던 실적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리고 2022년에는 매출·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끌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어 능통 인력으로 신동빈 회장과 소통도 원활한 것으로 알려져 실무형 전략형 리더로 분류된다.
![]() |
| 롯데쇼핑(주)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 (내정) 부사장 정현석. [사진=롯데지주 제공] |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사장 등 기존 최고 경영진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외부 출신 경영자로 구성된 최고경영진 체제가 소비 트렌드 변화, 오프라인 경쟁력 약화, 온라인 대응 등에서 속도전을 펼치기 어렵다는 내부 진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3년간 백화점·마트·슈퍼 등 주요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진 바 있다.
롯데유통군 내 또 다른 핵심 인사 변화는 차우철 롯데GRS 대표의 롯데마트·슈퍼 대표 승진 내정이다. 차 대표는 롯데제과 출신(1992년 입사)으로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등을 거쳐 2021년부터 롯데GRS 대표를 맡아 기존 사업 수익성 강화와 신사업 경쟁력 확보,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승진으로 차 대표는 마트·슈퍼 통합 조직관리와 e그로서리 사업 안정화, 동남아 중심의 해외 사업 확장까지 총괄하며 유통사업 실행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 |
| 롯데쇼핑(주) 마트사업부 대표이사 兼 롯데쇼핑(주) 슈퍼사업부 대표이사 (내정) 사장 차우철. [사진=롯데지주 제공] |
HQ 체제도 조정된다. 롯데는 2017년 도입한 BU(비즈니스 유닛) 방식에서 2021년 HQ 체제로 전환했으나 최근 사업군별 실적 회복력이 떨어졌다는 판단하에 사업 총괄 기능은 축소하고 계열사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e커머스 조직 역시 개편 대상이다. 롯데온을 이끌어온 추대식 전무가 대표로 승진 내정되었으며 전략기획 기반의 사업 구조조정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 개선과 온·오프 채널 통합을 주도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롯데쇼핑의 외부 전문가 시대가 저물고 조직을 깊이 이해하는 내부 실무형 리더가 중심이 되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현석 대표가 백화점과 아울렛을 통합한 옴니채널 경쟁력 강화,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과 고객 맞춤형 전략,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유통 전략의 방향 전환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 |
| 롯데타워 전경. [사진=롯데] |
한편 롯데그룹 정기 임원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 중심 인사 기조가 강화됐다. 이번 인사에서 전체 CEO의 3분의 1(20명)이 교체됐고 신임 임원 규모는 총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직급 연한이나 나이보다는 직무 전문성과 사업 추진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탁했으며 발탁 승진이 크게 확대됐다. 황형서 롯데e커머스 마케팅부문장, 오현식 롯데이노베이트 AI Tech Lab 실장, 김송호 롯데케미칼 PE팀장 등은 연차와 관계없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특히 1960년생 김송기 롯데호텔 조리R&D실장이 만 65세의 나이로 상무에 올라 APEC 정상 만찬 총괄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성과 기반 인사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여성 임원 8명도 신규 선임되며 신임 임원 중 10%를 차지했다.
대내외 소비 침체와 고금리·고비용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롯데는 과거 영업 안정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보다 실적 회복과 실행력 중심의 체질 개선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전략 설립보다 실행 속도가 중요하다"며 "성과 기반 수시 인사와 실무형 리더 중심 경영으로 유통 사업의 경쟁력을 조속히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