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차량용 반도체 칩 생산업체인 넥스페리아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한 네덜란드와 중국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유럽 지역의 자동차 업체들이 칩 부족으로 향후 몇 주 안에 전면적인 생산 중단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넥스페리아 칩은 영국과 독일 등에 있는 공장에서 웨이퍼를 만든 뒤, 중국 공장에서 절단·조립·패키징 작업을 통해 완제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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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넥스페리아 독일 공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넥스페리아 칩에 대한 수출 통제를 풀기로 했지만, 네덜란드에 있는 넥스페리아 본사가 중국 자회사로의 웨이퍼 공급 중단을 결정하면서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장에는 현재 웨이퍼 재고량이 많지 않아 공급이 조만간 재개되지 않으면 12월 초~중순쯤 칩 생산이 멈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럽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칩이) 현재 몇 주치 재고만 남은 상황"이라며 "넥스페리아 유럽과 중국이 조속히 협력하지 않으면 전 세계 수백 개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중국의 수출 통제 해제 조치는 환영하지만 유럽의 웨이퍼 수출 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세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독일 폭스바겐은 "아직까지 국내 공장 생산에 영향은 없다"면서도 "상황이 매우 역동적이고 불확실하며 향후 생산 차질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넥스페리아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다.
넥스페리아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9월 말 "넥스페리아가 심각한 거버넌스 결함을 갖고 있으며, 유럽의 경제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며 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중국계 모회사 윙테크(Wingtech)의 창업주이자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장쉬에정(張學政)을 경영 부실 및 지배구조 문제를 이유로 해임하고 회사 통제권을 직접 행사했다.
이후 네덜란드 본사는 지난달 29일 중국 동관 공장에 대한 웨이퍼 직접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측이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무단 은행 계좌를 개설했으며, 고객과 협력사에 허위 정보가 담긴 문서를 발송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국 측은 이에 반발하며 넥스페리아 칩 수출을 제한했다가 최근 통제 조치를 완화하면서 일부 칩 선적이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스페리아는 지난 2017년 옛 '필립스 반도체'의 후신인 NXP에서 분사한 뒤, 이듬해 중국 국유펀드 컨소시엄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2019년 중국 반도체 기업 윙테크가 이 회사 지분을 전부 사들였다.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로부터 모회사인 윙테크로의 핵심 기술 이전을 강하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