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탈리아 밀라노의 검찰이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 당시 거금을 내고 사라예보에 포위된 시민을 상대로 '인간 사냥'을 한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스니아 전쟁은 발칸반도의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독립을 추진하자 이 지역 세르비아계가 무장 봉기에 나서면서 발생했다.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주민 중 무슬림(보슈냐크)은 약 44%였고, 세르비아계(정교회)는 약 31%, 크로아티아계(가톨릭)는 약 17% 정도였다.
세르비아계는 유고 연방의 주축이었던 세르비아의 지원을 받아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보슈냐크를 밀어붙였고, 특히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긴 포위전으로 평가되고 있는 사라예보 포위전(1992~1996) 때는 끊임없는 포격과 저격에 주민 1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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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 당시 세르비아계에 집단 학살을 당한 무슬림 주민들이 묻인 묘지. [사진=로이터] |
이날 보도에 따르면 알레산드로 고비 검사가 이끄는 밀라노 검찰은 사라예보 포위전 때 거액을 내고 현지에 날아가 '저격 살인'을 일삼은 이탈리아인들을 식별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가디언은 "세르비아계 저격수들은 사라예보 시민들에게 가장 두려운 대상이었다"며 "그들은 거리에서 무작위로 사람들을, 때로는 아이들까지도, 마치 비디오 게임이나 사파리처럼 저격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이 같은 잔혹한 학살에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사냥 관광객((sniper tourists)'들이 돈을 내고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라예보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있어 포위와 저격이 쉬운 지형이다.
이번 수사는 밀라노에 있는 작가 에지오 가바체니가 몇 년 동안 증거를 수집해 제기한 고발에서 시작됐다.
가바체니는 1990년대에 이탈리아 언론 보도로 참상을 처음 접했고, 이후 2022년 다큐멘터리 '사라예보 사파리'를 본 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세르비아계 병사와 계약업자는 서방인들로 구성된 단체가 언덕에서 사라예보 시민들을 향해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가바체니는 "사라예보 사파리가 출발점이었다"며 "감독과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조사를 확장해 결국 밀라노 검찰에 제출할 충분한 자료를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아주 많은 이탈리아인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탈리아 사람 이외에도 독일인과 영국인, 프랑스인 등 서방 여러 나라 사람들이 사라예보 시민을 쏘기 위해 거액을 지불했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 용의자들은 북부 도시 트리에스테에서 만나 베오그라드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보스니아 세르비아 군인들이 사라예보 언덕으로 안내했다"고 했다.
가바체니는 사냥 관광객에 대해 "그들에게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동기는 없었다. 그저 재미와 개인적 만족을 위해 그곳에 간 부유층이었다"며 "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사파리나 사격장을 즐기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