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26조원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 경신
자기자본 늘어나며 신용 한도 확대…한도 소진 사례 없어
고금리 레버리지에 금융당국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국내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재점화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9%대 고금리에도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중단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일 25조822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10일 기준 26조1197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이전 최고점이었던 25조6560억원(2021년 9월)을 넘어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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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주가 상승 기대가 높을수록 잔고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최근의 급증세는 증시 강세와 투자심리 과열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신용거래융자는 주가가 꺾일 경우 손실을 확대하는 양날의 검이다. 신용으로 산 주식은 대출 담보로 잡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는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거나 반대매매를 진행해 손실을 키울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 100% 이내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2021년 빚투 열풍이 불며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5조원을 돌파했을 당시, 일부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에 따라 신규 신용거래융자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었을 때도 유사한 조치가 잇따랐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대폭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규모는 10조5216억원에 달했다. 뒤이어 ▲미래에셋증권(10조2639억원) ▲NH투자증권(7조4809억원) ▲삼성증권(7조893억원) ▲메리츠증권(7조609억원) ▲KB증권(6조7247억원) ▲하나증권(6조620억원) ▲신한투자증권(5조5277억원) ▲키움증권(5조4386억원) ▲대신증권(3조7033억원) 순이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대로 신용여력이 커지면서 8~9%대 금리에도 증권사 신용공여는 중단 없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의 61~90일 평균 신용융자 금리는 연 9.01%로, 한국은행 기준금리(2.5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대출 증가세와 관련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즉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부분은 금융위원회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지점"이라고 말했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