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국 중심 농식품 수출 6.5%↑…가공식품 성장 견인
관세 인하·한류 확산이 K-푸드 시장 넓혀…수출구조 다변화
"국내 농업과 연계되는 수출생태계 강화 노력도 필요" 조언
한류 열풍을 탄 'K-푸드'는 연간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농식품 수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쌀'과 '포도'는 새로운 수출 활로를 찾고 있는 전략 품목이다. 특히 국산 쌀은 프랑스 등 신시장 개척에 성공했으며, 포도의 경우 신품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핌>은 변화의 현장을 직접 조명하며, 세계 속에서 확장 중인 K-푸드의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글싣는 순서] 세계의 한입
① "우리쌀 프랑스 가불었당께"…K-쌀 수출 실적 '쑥'
② 파리지앵 입맛 사로잡은 K-쌀…이젠 고급화 전략
③ K-푸드 숨은 공신 '샤인머스캣'…품종 다변화 변신
④ 슈팅스타·코코볼·홍주씨들리스…아시아부터 공략
⑤ "K-디저트 가로막는 유제품 검역…시장 분석 필요"
⑥ aT "파리 고등학교에 K-푸드 납품…새로운 물결"
⑦ FTA 체결로 성장한 K-푸드…"국내 농업 연계 필요"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K-푸드 수출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농식품 수출액은 1년 전보다 6.5% 성장했고, 라면 등 가공식품이 K-푸드 인기를 견인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수출 경쟁력을 위해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농식품 전체 수출의 80% FTA 체결국…미국·ASEAN·중국 순으로 ↑
20일 농촌경제연구원의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 농식품 총수출액은 76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 중 FTA 체결국 수출액은 60억6000만달러, 전체의 약 79%를 차지한다. 한국 농식품 수출 구조가 사실상 FTA 체결국 중심으로 고착된 셈이다.
수입과 비교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농식품 총수입액은 326억4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고, FTA 체결국 수입은 288억5000만달러로 4.9% 늘었다. 여전히 수입 규모가 크지만, 최근 몇 년간 수출 품목의 다변화와 가공식품 인기 확산으로 수출 증가 폭이 점차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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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보면 아세안(ASEAN)이 13억7600만달러로 수출 1위다. 이 지역에서는 라면·딸기·닭고기·음료류 같은 가공식품 중심의 소비가 확대됐고, 한국 식품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물류 인프라 개선이 동시에 작용해 K-푸드 점유율이 빠르게 넓어졌다. 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 등은 한국산 라면·음료를 주요 수입 품목으로 기록했다.
미국은 13억4500만달러로 2위이며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미국 내 라면·베이커리·혼합음료류 수요가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의 현지 유통망 확장과 대형 리테일 진출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미국 수출 확대는 비단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배·버섯류 등 일부 신선 농산물에서도 나타났다.
중국은 11억7800만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커피조제품과 기타 음료류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한국식 RTD(Ready to Drink) 음료의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며 수출이 꾸준히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건강·프리미엄 음료 소비가 강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이밖에 유럽연합(EU)은 4억998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고, 캐나다는 1억4560만달러로 4.5% 늘었다. 영국도 8780만달러로 8.8% 증가하며 완만한 확장세를 보였다. 이들 국가는 모두 라면·커피조제품·베이커리·김치 등이 주요 품목으로 꼽혀 K-푸드의 '가공식품 중심 성장 구조'가 전 지역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FTA 체결국 전체의 농식품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지만, 수출 품목이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구조적 개선의 신호가 나타나는 점도 의미가 있다. 가공식품 수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단순 원물 수출 대비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강화되는 만큼, 정부도 FTA 활용 중심의 수출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FTA 체결국은 우리와 교역량이 가장 많은 국가인 만큼 협정 발효로 시장 접근성이 넓어진 효과가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며 "여기에 한류 확산과 한국식 식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가 더해지면서 농식품 수출 증가율이 전체 수출 증가율을 꾸준히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라면·커피·딸기 '3대 성장 품목'…"FTA가 가격 경쟁력 높였다"
품목별로 보면 K-푸드의 대표 수출 품목인 라면은 모든 FTA 체결국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미국·ASEAN·EU·중국 모두 라면을 상위 품목으로 기록했으며, 특히 ASEAN에서는 한국 라면이 '가성비가 좋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관세 인하 효과가 더해지면서 라면 수출은 FTA 체결국 전반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커피조제품(믹스커피·카페라테·RTD 음료 등)도 상승세가 강하다. 중국에서는 한국산 커피조제품이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했고, EU와 미국에서도 RTD 음료와 커피 기반 가공식품이 주요 품목으로 나타났다. K-브랜드 커피의 해외 진출과 프랜차이즈 확장, SNS 기반 소비 확산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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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농산물 중에서는 딸기가 핵심 품목으로 꼽힌다. 딸기는 ASEAN·싱가포르·홍콩 등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높은 품질과 선호도 덕분에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 잡았다. 물류 개선과 관세 인하가 겹친 덕분에 한국 딸기의 수출 단가는 다소 높지만, 시장 확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치·베이커리·기타 곡물 가공품도 주요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치는 미국·EU·아시아 전 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했고, 베이커리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성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베이커리 제품은 냉동·상온 공급망이 확대되면서 FTA 체결국 중심으로 수출이 넓어지고 있다.
품목별 관세 구조를 보면 라면·커피·김치 같은 가공식품은 대부분 협정 관세가 이미 철폐됐거나 낮아진 상태다. 반면 감자·양파·당근·대두 등 일부 민감 품목은 국가별로 단계적 관세 인하가 진행 중이다. 관세 스케줄의 차이가 국가별 수출 성장을 좌우하는 만큼, 향후 정부의 수출 전략도 '품목별·국가별 맞춤형' 방식으로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임 교수는 "라면·커피조제품 같은 가공식품 수출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산 농산물이나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 수출 비중을 키워 수출 구조의 내실을 다지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별로 한류 영향이 큰 시장과 유망 품목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품목별·국가별로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국내 농업과 연계되는 수출 생태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동기획-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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