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美 고용 부진·외국인 이탈 겹치며 원화 '나 홀로 약세'
"달러/원 1480원까지 오를 수도"…전문가 경고 잇따라
환율 급등, 수출주는 '반사이익'…외국인에겐 환차손 부담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달러/원 환율이 7개월 만에 1460원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약세가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해 연말 증시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환율이 단기적으로 148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10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5원 내린 1451.4원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해제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소 회복된 영향이다. 그러나 지난주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 압력이 거세게 나타났다. 7일 달러/원 환율의 야간 거래 종가는 전장 대비 13.8원 오른 1461.5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9일(1472.0원) 이후 7개월 만에 1460원대를 돌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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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달러/원,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9.48포인트(3.02%) 오른 4073.24에, 달러/원 환율은 5.50원 내린 1451.40원에, 코스닥 지수는 11.54포인트(1.32%) 오른 888.35에 장을 마감했다. 2025.11.10 ryuchan0925@newspim.com |
최근 환율 급등 배경에는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고용 지표 부진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맞물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AI 과열에 따른 증시 과대평가 우려가 분출하자 올해 눈부시게 상승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차익 실현을 하며 원화가 나 홀로 약세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국내 수출 업체들의 달러 매도 수요가 둔화하면서 외환 수급이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원화 추가 약세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은 만큼 수출 업체를 포함해 달러 매도 수요가 많이 약화한 듯하다"며 "이렇게 수급상으로 쏠림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라도 달러/원 환율이 1480원까지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화만의 탈동조화가 아닌 미국 증시까지 연동된 대외 요인이 모두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를 지지하는 상황"이라며 "당국 실개입의 실효성 역시 크지 않을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환율 레벨 부담 속 대외 재료와 연동된 원화 약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환율 급등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부담이 커지며 주식 매도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세로 돌아선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3~7일 한 주 동안 국내 증시에서 약 7조4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을 단기 리스크로만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고 성장률마저 미국이 높은 수준"이라며 "달러의 강세 압력은 높아지고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는 약세 기조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경제 및 금리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처럼 각종 신용 혹은 부채 위기로 인한 달러 초강세와 이에 따른 원화 약세가 아닌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가 소위 '뉴노멀'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