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부담·차익 실현… 반등마다 제동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주요 지지선을 지키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는 환경에서 금은 안전자산 역할을 재확인한 반면, 비트코인은 주식 등 위험자산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디지털 금'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금 가격은 70% 넘게 급등하며 1979년 이후 가장 강한 연간 상승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은 연초 대비 약 150% 상승했고, 백금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정학적 긴장과 장기적인 통화 가치 훼손 우려 속에서 투자자들이 귀금속 전반을 안전한 피난처로 선택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환경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간 오후 7시 25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65% 내린 8만7010달러에 거래되며, 최근 사흘 연속 9만 달러 돌파에 실패했다. 이더리움도 1.33% 내린 2926달러로 3000달러를 하회하고 있으며, XRP, 솔라나(SOL) 등 주요 알트코인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다시 3조 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 레버리지 부담·차익 실현… 반등마다 제동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부진 원인으로 시장 포지셔닝과 거시 환경을 동시에 지목한다. 레버리지 거래가 누적된 상태에서 반등 시마다 빠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고 있고, 금리 인하 기대만으로는 비트코인이 필요로 하는 '명확한 위험 선호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채 금리의 변동성, 미 달러화의 급격한 방향 전환, 반복되는 '자본 보존' 심리는 전통적으로 금에 먼저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캐털리스트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비드 밀러는 "금은 올해 기록적인 상승을 보인 반면,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며 "같은 해에 금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비트코인은 하락하는 상황 자체가, 비트코인이 아직 '디지털 금'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재정 확대와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금과는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금은 중앙은행들이 실제로 보유하는 준비자산이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개인 투자자 중심의 자산에 가깝다"고 했다.
자금 흐름에서도 이런 차이는 뚜렷하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올해 5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이 증가했다.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의 보유량은 올해에만 20% 이상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금 가격이 2026년 온스당 49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서 9억5200만 달러가 순유출됐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상품에서 각각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달러 약세 국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 달러 지수(DXY)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 지지선 부근까지 내려왔지만, 달러 약세의 수혜는 금과 은, 구리 같은 실물자산에 집중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달러 약세와 귀금속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에서도 뚜렷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가 장기 지지선을 하향 이탈할 경우에야 비트코인에도 반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분간은 금을 중심으로 한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지고, 비트코인은 위험자산과의 높은 상관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