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대하는 법원 인식 '범죄' 보단 '사고'로 해석
형사사건보다 무죄 '3배', 檢 기계적 항소·상고 지적도
법조계 "양형기준 통일 필수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은 최근 '아리셀 참사'의 징역 15년을 제외하곤 대부분 징역 1~2년에 그치고 있으며, 집행유예율이 8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조계 안팎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양형 기준이 없는 탓에 법원이 보수적으로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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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사진=뉴스핌DB] |
◆ "국민 법 감정 등 고려해 양형기준 만들어야"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는 이를 위해 내년 초 중대재해처벌법을 공식 안건으로 올리고, 양형기준 신설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애초 양형위는 헌법재판소가 중대재해처벌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는 등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양형기준 신설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요구가 이어지면서 이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대검찰청도 법무부를 통해 양형위에 중대재해처벌법 양형 기준 신설을 요청한 바 있다.
대검이 지적한 부분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 또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안 등에 대해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가 다수라는 점 등이다.
특히 대검은 지난 8월 말까지 유죄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형기가 징역 1년 1개월로 법정형의 최하한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은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산업재해를 바라보는 법원의 인식이 중대재해 사건을 '범죄'보다 '사고'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다운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의 빈도나 심각성에 비춰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는 산업재해를 예방할 의무를 가볍게 보거나 단순히 경영상의 문제 정도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재해를 중하게 보는 관점의 전환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현재 양형은 상당히 낮다"며 "대법원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하급심은 과거 판례에 기대 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양형 기준 통일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존에 선고된 유사 사안의 평균을 토대로 양형 기준을 세운다면, 그것은 옳은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존 판결 선고가 들쑥날쑥하거나 실제 국민의 법 감정에 비해 선고가 지나치게 낮다면 이를 고려해 양형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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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사진=뉴스핌DB] |
◆ 檢 기계적 항소·상고 지적 목소리도…"필터링 역할 제대로 해야"
일각에선 검찰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검찰이 기소 여부 판단을 함에 있어서 실질적인 '필터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형 기준'을 갖고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대응해 나가고 있다. 검찰은 통상 관련 사건 선고 사례는 물론, 법정형이 비슷한 사건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기준을 삼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강력한 형사 처벌 기조가 반영돼 있다고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 비율인 3.1%보다 세 배 높았다.
이와 관련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무죄가 많다는 것은 무죄 사례임에도 기소가 많이 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일단 재판은 받아라'라는 식의 사건 처리는 법 자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일반 국민의 불만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법원 판례가 많이 쌓인다는 것은 법 논리가 정착돼 간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검찰이 기계적인 항소·상고를 통해 법원 판단에 불복해 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대재해 사건 전문 변호사도 "불기소 결정이나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는 사안은 검찰이 자체 판단했다는 데에서 더 의미가 있다"며 "검찰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쌓으면서 향후 사건 처리를 함에 있어 더 정확하게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필터링 역할 없이 적극적인 기소를 통해 법원 판결을 누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찰 기소의 정확성·신중함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