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강효정 합류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발레단이 올 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와 해외파 발레 무용수 1세대인 허용순의 'Under The Tree's Voices'를 더블 빌로 공연한다.
22일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 '한스 판 마넨x허용순'의 연습 현장 공개와 함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엔 허용순 안무가와 무용수 강효정, 김지영, 이우범, 남윤승 서울시발레단 시즌 무용수가 참석했다.
이날 15분간 시연된 'Under The Tree's Voices'를 통해 서울시발레단 단원들과 강효정은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과 어우러지는 동작들로 취재진을 사로잡았다. 허용순은 오래도록 동경해온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에지오 보쏘의 음악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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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한스 판 마넨x허용순' 연습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허용순 안무가는 1980년대에 모나코 프린세스 그레이스 아카데미에서 발레를 공부한 해외 진출 1세대 무용가다.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바젤, 뒤셀도르프 등에서 활동했으며 다양한 거장들과 함께 작업했고 주역을 맡았다. 2024년부터는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딘 리허설 디렉터로 활동 중이며, 2001년 첫 안무작 'Elle Chante'로 데뷔한 이후 안무가로 활발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허용순 안무가는 "외국에 나간지는 45년이다. 오래된 세월"이라며 "서울시발레단과 처음 같이 작업을 하게 됐고 이 작품은 작년 3월에 독일서 초연한 작품이다. 보쏘의 음악을 들으면 내 안의 감정들을 많이 표현할 수 있고 음악이 정말 아름답고 그 분의 음악을 일부만 사용하는 방식으로도 작업을 많이 했다. 보쏘 음악만을 갖고 한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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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허용순. [사진=세종문화회관] |
그러면서 "보쏘 그분이 돌아가셔서 정말 슬펐다. 그 분의 음악이 새로 나올 때마다 기다리고 어떤 아름다운 음악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이 분의 음악, 나의 안무가로서의 관계 이 분의 인생에 관해서 관중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의 삶에 있었던 알바 파리에티를 보고 나와 비슷한 부분을 느꼈고 작품에 넣고 싶었다. 돌아가시고 쓰다듬고 하는 장면들은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걸 목도하는 모습을 강효정 발레리나가 표현한다. 그 솔로 장면은 꼭 내 마음 같다"면서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또 "에지오의 모습이 마지막에 지휘봉을 든 무용가로도 표현된다. 중간에 그분의 명언들이 화면에 올라오기도 할 거다. '우리는 너무 말하는 걸 좋아한다. 듣는 사람들이 드물다. 근데 음악은 들어야 한다' 등의 말을 좋아한다. 자막으로도 나와서 한국 관객들이 보시고 무슨 뜻인지 알게 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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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한스 판 마넨x허용순' 연습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특히 허용순 안무가는 "서울시발레단에 여름에 2주간 와서 세팅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올리게 돼서 행복하다. 단원들과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은 너무나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정말 많이 발전했고 무용수들이 굶주렸다고 할까 너무 잘 받아들였다. 함께 일하며 끌어내는 걸 좋아하는데 힘들었을텐데도 열심히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캄머발레'의 스테이저로 안무 지도자와 연출에도 참여하는 무용수 김지영은 해외 안무가 라이센스 상에서 국내 무용수가 지도자 역을 하는 첫 사례가 됐다. 김지영은 허용순, 강수진 이후 1990년대에 해외에 진출한 2세대 발레 무용수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다시 국립발레단을 거쳐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지영은 "굉장히 영광이고 저도 많이 배웠다. 어렸을 적에 네덜란드에서 할 때는 정말 진정한 그 맛을 몰랐던 것 같다. 한스 춤의 매력을 한국에서 작년에 다시 하면서 정말 많이 알게 됐고 이번에 지도를 같이 하면서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이해하게 됐다"고 올해의 '캄머발레'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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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허용순, 강효정 객원 수석 무용수, 김지영 경희대학교 교수. [사진=세종문화회관] |
허용순 안무가와 호흡을 맞추는 강효정 무용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빈 국립발레단 수석,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수석으로 활약해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빈 국립 발레단 수석을 거쳐 이번 시즌부터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는 강효정 무용수는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로 참여한다.
강효정은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유학을 갔고 그때부터 늦게서 쭉 학교를 다니고 활동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할 때마다 정말 기쁘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에 와서 하는 공연을 꼭 하고 싶다. 좋은 기회로 허용순 선생님 작품으로 이렇게 뵙게 돼서 행복하다.앞으로 더 좋은 다른 작품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무용수로서 해외 진출의 첫 물꼬를 텄던 허용순은 지금도 해외의 수많은 발레단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후배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그는 "발레 쪽으론 한국 무용수들을 너무 사랑한다. 많은 한국 무용수들이 지금 정말 좋은 컴퍼니 돼서 솔리스트, 수석도 하고 있지만 가장 무용수들의 평가가 좋은 게 한국 무용수들이다. 제일 큰 선배로서 정말 뿌듯하다"고 감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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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범, 무용수 강효정, 허용순 안무가, 김지영 교수, 이유범, 남윤승 서울시발레단 시즌 무용수. [사진=세종문화회관] |
김지영은 "이전과 달리 세계에서 한국 무용에 대해 알게 되고 한국 문화가 굉장히 커졌다. 그래도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폐쇄적이다. 한국에 어떤 라이센스를 작품을 가지고 오더라도 그냥 그때뿐이다. 명맥이 계속 이어지기가 힘들다. 저는 럭키하게 서울시발레단과 이런 기회를 통해 해외 발레 작품과 커넥션을 가지고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다. 예전과 달리 한국도 경제적으로 많이 좋아졌으니 문체부든 어디든 시스템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한국 발레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에서는 덜란드국립발레단 출신의 김지영 무용수는 지난해 특별 출연에 이어, 올해는 지도자이자 출연자로 참여해 세계적인 작품의 라이선스 제작에 한국 무용가가 직접 참여한다. 허용순의 'Under The Trees' Voices'는 독일을 거점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안무가 허용순의 최근작이다.
서울시발레단의 올 시즌 마지막 공연인 더블 빌 '한스 판 마넨×허용순'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부터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4회 공연된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