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6일(현지 시간) 유럽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부결로 끝나면서 정국 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프랑스 벤치마크 지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의 급등은 식음료 업종 뿐 아니라 유럽 시장 전반의 상승세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에 비해 3.89포인트(0.69%) 상승한 571.66으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90.82포인트(0.38%) 뛴 2만4272.19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1.34포인트(0.12%) 전진한 9436.09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11.59포인트(1.38%) 상승한 8188.59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467.28포인트(1.12%) 오른 4만2374.18에,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75.50포인트(0.48%) 뛴 1만5645.80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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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날 오전 실시된 의회 불신임 표결에서 생존에 성공했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과 극좌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지난 13일 제출한 두 건의 불신임 동의안은 표결 결과 찬성이 각각 144표와 271표에 그쳐 부결됐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577표 중 과반인 289표가 필요했다.
영국의 고급 자산 관리 및 프라이빗 뱅킹 업체인 쿠츠(Coutts)의 자산 배분 책임자인 릴리앙 쇼뱅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덜어낸 프랑스 주식은 앞으로 국내 이슈보다는 글로벌 전망과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벤치마크 지수는 이날 다른 유럽 주요국 지수를 훨씬 앞서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주식은 연초 대비 약 11% 상승했지만, 아직 독일의 21%나 스페인의 35%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커 장기적 정국 안정과 재정 적자 축소에 기대를 걸기에는 이르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내년도 긴축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5.8%(2024년 기준)에 이르는 재정적자 감축 과제는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쇼뱅은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유럽연합(EU) 기준인 3%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며 "이같은 수치를 너무 오래 유지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 하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는 여전히 활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이날 8월 GDP 증가율이 0.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수치는 당초 발표치 0.0%에서 후퇴한 -0.1%라고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러스 그레고리는 "실질 GDP의 미미한 상승은 여전히 고금리와 높은 세금, 그리고 해외 경기 부진이 영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필립 나브라틸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네슬레는 오는 2027년까지 향후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총 1만6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뒤 9.3% 급등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었다.
네슬레 측은 "감원 규모는 전체 인력의 약 6%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매년 약 10억 스위스프랑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슬레 효과를 등에 업고 식음료 섹터 지수도 4.15% 올랐다.
마르텔과 오지에의 소유주인 주류업체 페르노리카는 2025/26 회계연도 1분기(7~9월) 매출이 23억8400만 유로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6% 감소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4% 상승했다. 당장 실적은 부진하지만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3~6%의 유기적 매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됐다.
독일 실험실 용품 제조업체 사르토리우스와 프랑스 자회사 사르토리우스 스테딤 바이오텍은 분기 실적과 전망을 발표한 후 각각 7.6%, 9.6% 올랐다.
영국 호텔·레스토랑 운영사 휘트브레드는 음식·음료 매출 감소로 반기 이익이 7% 하락하자 주가가 10.3%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