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MW·1조원 규모, 연말 최종 사업자 발표
비가격 지표 확대…LG·SK 국내 라인 전환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정부가 다음달 1조 원대 규모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을 공고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가 치열한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1차 사업에서 삼성SDI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만큼, 이번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국내 생산 확대 전략을 앞세워 만회를 노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간담회를 열고 사업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이번 사업은 총 540MW(육지 500MW·제주 40MW) 규모로, 약 1조 원에 달하는 ESS 프로젝트다. 공급 시기는 2027년 12월이며, 계약기간은 15년으로 설정됐다. 사업자 선정 결과는 올해 연말 발표가 유력하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정부가 전국 단위에서 장기간 ESS를 조달하는 첫 조 단위 사업이다. 전력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늘면서, 전력저장 장치의 안정적 공급이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 |
삼성SDI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삼성SDI] |
◆ 1차 사업, 삼성SDI '싹쓸이'…비가격 지표가 변수
앞선 1차 사업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약 76~80%를 차지하며 사실상 싹쓸이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물량을 따냈지만 SK온은 수주에 실패했다.
업계는 삼성SDI가 고가의 삼원계(NCA) 배터리를 제안했음에도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생산'과 '산업 기여도'에 있다고 평가한다. 울산 공장에서 ESS용 셀 대부분을 생산하고 소재·부품도 국내 업체에서 조달하는 구조가 비가격 평가 항목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차 당시 평가 배점은 가격 60점·비가격 40점으로 구성됐는데, 이번 2차 사업에서는 비가격 지표 비중이 최대 50%까지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 안정성, 기술 역량, 주민 수용성, 사업 준비도 등을 주요 비가격 항목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단순 저가 경쟁보다는 국내 생산과 산업 연계 효과가 수주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
◆ LG엔솔·SK온, 국내 라인 전환으로 대응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중국 난징에서 생산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충북 오창공장으로 이전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창 내 ESS용 삼원계(NCM) 라인을 LFP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SK온 역시 충남 서산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 전용 라인을 ESS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시점이 2027년 말로 비교적 여유가 있어 생산 라인 재편과 양산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ESS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경험을 쌓은 만큼, 이번 국내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K온은 특히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와 ESS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해 내년부터 LFP 기반 컨테이너형 ESS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며, 이를 국내 생산 안정화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
◆ 삼성SDI, 국내 생산 기조 유지…유리한 고지 유지 전망
삼성SDI는 1차 사업과 같이 삼원계 배터리를 앞세우며 국내 생산 기조를 강화할 전망이다. 울산 공장을 기반으로 한 생산 체계와 국내 부품·소재 사용 비중이 높다는 점이 비가격 평가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차 사업은 가격 경쟁에서 불리했던 삼성SDI가 국내 생산 기여도로 승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2차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국내 라인 전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