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제24회 최인희 문학상 수상작으로 오세화 시인의 시 '항아리 속 달빛은 어디로 갔을까'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지난 27일 강원 동해시 천곡동 코스모스호텔에서 열렸다.
동해문인협회가 주관한 이번 심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심사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오세화 시인을 수상자로 확정했다.
![]() |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제24회 최인희 문학상을 수상한 오세화 시인(오른쪽)최인화 동해문인협회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09.28 onemoregive@newspim.com |
심사위원단은 30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다섯명의 심사위원의 난상 토론 끝에 박제처럼 눌어붙은 시간, 겹겹으로 이야기 쌓인 공간 등 감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고 인간과 사물이 더불어 구성하는 공동체의 장면이 아름답게 표현한 오세화 시인의 '항아리 속 달빛은 어디로 갔을까'를 최종 선정했다.
또 시 속에 표현된 '오래 머문 바람', '비늘을 터는 바다', '항아리에 담긴 달빛', '낡은 대문과 기왓장', '벽화 속에 숨은 꽃' 등은 지워지지 않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인 동시에 그 장소의 사물들로 읽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최인희 문학상 수상자인 오세화 시인은 2005년 '문예사조'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첫 시집 '바다의 손자국'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그의 시는 자연과 일상, 개인적 체험을 긴밀히 직조해왔다. '바다'와 '항아리'라는 일상적이지만 상징적인 대상들은 오세화 시의 원형적 모티프라 할 수 있다.
이번 수상작에서도 항아리를 통해 공동체의 기억과 존재의 울림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보편적 상상력으로 확장해 낸다. 이는 그의 시 세계가 단순한 서정적 체류에 머무르지 않고 변모와 확장을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세화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는 제 삶의 숨결이자 공허를 채우는 사랑이었고 문학은 제 삶의 통로"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과 함께 동해시에 정착해 가족과 함께 살아온 경험, 늦게 얻은 아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결국 그의 시적 자산이 되었고 지역의 바다와 바람, 산과 마을은 그가 말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통로'이자 그의 시적 감수성을 길러낸 근원이었다"며 시인의로서의 삶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 이번 수상은 시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의 말씀처럼 단순한 스케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던 글들이었다"며 "아름다운 동행을 함께해 준 여러분들 덕분에 시가 더 빛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밝혔다.
"동해의 바다처럼 깊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시를 쓰겠다"는 오세화 시인은 단순한 수상 소감을 넘어 자신의 문학 세계가 지향하는 비전을 선언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 최인희 문학상 수상은 한 시인의 창작 여정을 넘어, 지역성과 보편성의 교차점에서 시인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
[동해=뉴스핌] 이형섭 기자 = 지난 27일 강원 동해시 천곡동 코스모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동해문학축제와 제24회 최인희문학상 시상식에서 최인희 문학상을 수상한 오세화 시인(가운데)과 동해문인협회 회원, 동해예총 관계자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09.28 onemoregive@newspim.com |
한편 최인희 문학상은 강원도 동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시인 최인희(1926-1958)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지역 문학상이다. 이 상은 한국전쟁기 강원지역문학의 정체성과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인 최인희의 생애와 작품 세계에서 큰 영향을 받으며, 1990년대 이후 동해문인협회를 중심으로 매년 수여되고 있다.
최인희 시인은 일상적이고 자연적인 소재를 통해 생의 원리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서정시를 써왔다. 그의 작품에는 불필요한 수사가 없는 절제된 표현, 깊이 있는 철학적 사색, 그리고 전쟁과 실존적 고독을 관조하는 태도가 잘 드러난다.
최인희 문학상은 지역 문단에서 작품성과 진정성을 기준으로 시인을 선정하며, 동해라는 지역성에서 출발해 한국 문학의 보편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오고 있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수상작 발표와 시상식은 동해문인협회가 주관한다. 이 상을 통해 강원도와 동해 지역의 문학적 역량과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지역 문학의 창작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onemoregiv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