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블랙스톤, 칼라일 그룹 등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올해 유럽에 200억 달러(약 28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금액의 유럽 투자는 이 회사의 역대 최대 규모라고 했다.
유럽이 재무장 계획과 경쟁력 회복 전략 등을 통해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는 점을 반영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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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8월 23일 미국 뉴욕의 뉴욕 증권 거래소(NYSE) 현장 화면에 KKR의 거래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필립 프라이즈 KKR 유럽 지역 공동대표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모펀드와 투자자들의 연례 행사인 IPEM 컨퍼런스에서 "(KKR이) 유럽의 인프라와 부동산, 신용 등에 투자했다"며 "이중 바이아웃 부문에만 1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프라이즈 대표는 "유럽이 지금 중요한 순간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이 낮은 생산성과 고령화 등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이겨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은 디지털 인프라와 에너지 전환, 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며 "각국이 소규모 자본시장과 분산된 연금시장과 같은 구조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럽이 국방 분야에서 심각한 투자 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며 "유럽에서는 실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중대한 과제'에 대한 해답은 정부와 기업, 기업가와 협력하는 사모자본 산업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의 딜메이커들은 "일부 기관 투자자들의 유럽 관심 증가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무역 관세 발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FT는 "사모자본 그룹과 펀드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미국의 전례 없는 정책 불확실성과 유럽 지도자들이 발표한 개혁안 속에서 유럽에 대한 관심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스 대표는 "유럽은 그 동안 자본 부족이 문제였지만 몇 달 전만 해도 미국으로 향하던 일부 자본 흐름이 이제 유럽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초 총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을 발표했다. 이중 1500억 유로는 EU가 대출을 보증하는 세이프 프로젝트를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독일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5000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펀드와 국방 지출을 위한 차입 계획을 발표했고,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EU 의뢰로 작성한 경쟁력 강화 보고서도 투자자들이 강하게 흥미를 느끼는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프라이즈 공동대표는 "유럽 투자 증가가 미국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단지 투자자들이 더 다양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