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 4회 노시환에게 홈런 허용 후 이범호 감독 분노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디펜딩 챔피언 KIA가 믿기 힘든 모습으로 추락하고 있다. 홈에서 열린 한화와의 주중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스윕을 당했을 뿐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프로다운 집중력이 실종됐다.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포수 한준수를 향해 KIA 이범호 감독이 공개적으로 강하게 질책하는 장면까지 전파를 타면서 팀 분위기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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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KIA의 이범호 감독(왼쪽)이 지난 18일 광주 한화전에서 4회 노시환에게 홈런을 허용하자 포수 한준수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티빙 중계] = 2025.09.18 wcn05002@newspim.com |
KIA는 18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3-4로 패하며 3연전을 싹쓸이당했다. 앞선 16일 1-11 대패, 17일 2-6 패배에 이어 3연속 패배로 루징 시리즈를 넘어 스윕까지 허용했고, 연패는 4경기로 늘어났다. 시즌 성적은 61승 4무 69패 이날 패배로 5위 kt와의 격차는 그대로 4경기 차를 유지했지만, 가을야구와는 점점 멀어져 갔다.
문제는 성적뿐만이 아니었다. 17일 패배 직후 이범호 감독은 선수단을 긴급 소집해 미팅을 열었다. 김선빈이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등 집중력 결여가 잇따르면서 기록상 2개의 실책, 기록되지 않은 어설픈 플레이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런 경기와 플레이는 용납할 수 없다. 남은 경기에서 정신을 차리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년은 없다"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프로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다음 날인 18일 경기에서 선수단은 초반 달라진 집중력을 보였다. 김선빈은 전날 문책성 교체의 당사자였지만, 이날은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주루 플레이로 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다.
하지만 흐름을 깨뜨린 장면이 나왔다. 0-0으로 맞선 4회초, 선발 투수 아담 올러가 한화 4번 노시환에게 던진 높은 직구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며 선제 솔로포가 터진 것이다. 이는 이번 시리즈 세 경기 연속으로 노시환에게 홈런을 허용한 장면이었다.
이 순간 이범호 감독의 표정은 굳었고, 이닝 교대 시간에 배터리코치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던 포수 한준수를 향해 날카로운 지적을 건넸다. 그러자 한준수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이 장면은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실제로 이 감독은 시즌 중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해 왔다. 지난달 NC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에게 유독 많은 홈런을 허용한 뒤 "빠른 공 위주의 단조로운 볼 배합이 문제"라고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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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KIA의 포수 한준수가 지난 18일 광주 한화전에서 4회 노시환에게 홈런을 허용하고 이범호 감독과 대화를 나눈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 티빙 중계] = 2025.09.18 wcn05002@newspim.com |
데이비슨은 시즌 내내 KIA를 상대로 6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 감독은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맞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을 빼거나 몸쪽을 깊게 공략하는 세밀한 배터리워크가 필요한데 지나치게 똑같은 패턴으로 승부하고 있다"라며 포수 리드와 투수 운용 모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한화전도 비슷했다. 노시환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노리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한준수는 시리즈 내내 빠른 공 위주의 패턴을 반복했다. 결국 노시환에게 연이틀 홈런을 맞고도 같은 리드가 이어졌고, 3경기 연속 아치를 내주며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이범호 감독이 공개적으로 한준수를 질책한 것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라, 반복되는 문제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던 셈이다.
결국 KIA의 상황은 단순히 '순위 하락'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4연패와 한화전 스윕패는 팀이 지금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집중력 결여, 볼 배합 실패, 분위기 침체가 겹치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범호 감독이 시즌 도중 공개적으로 선수단을 질책하는 장면까지 노출됐다는 것은, 내부 분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KIA는 지금 8위라는 순위표보다 더 중요한 숙제를 안고 있다. 팀의 기강을 세우고 무너진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 우선이다. 프런트와 현장, 그리고 선수들 모두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은 단순한 실패로 끝나지 않고 팀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