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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③ 공무원의 질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기사입력 : 2025년08월02일 07:00

최종수정 : 2025년08월02일 07:00

뉴질랜드, 행정개혁을 통한 성과중심 관료제의 구축

1980년대 초반 뉴질랜드는 심각한 경제위기와 국가경쟁력 하락, 공공부문의 비효율로 인해 구조적 개혁이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1984년 노동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임 재무장관 로저 더글러스(Roger Douglas)는 급진적 개혁인 '로저노믹스(Rogernomics)'를 단행하였고, 이 흐름 속에서 공공부문 개혁은 경제재건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크리스토퍼 후드(Christopher Hood)는 이 시기를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NPM)의 선도적 실험국가"라 칭하며,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에서 시장논리 기반의 성과정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졌다고 평가하였다(Hood, A Public Management for All Seasons?, 1991). 제도적 구조개혁과 관료문화의 재설계라는 목표를 지닌 뉴질랜드의 행정개혁은 5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5 photo@newspim.com

공공기관의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 & Agency Model)
전통적 중앙관료제를 해체하고, 정부 부처 산하에 준자율적 행정기관(Departmental Agencies, Crown Entities)을 설치하였다. 이는 부처가 정책 수립(Purchaser)을 담당하고, 산하 기관이 실행(Provider)을 담당하도록 분리한 '구매자-공급자 모델'이었다. 공무원은 더 이상 공채와 시험 등을 통해 채용되어 장기 경력형으로 공직에 복무하는 영구직(Career Service) 직위가 아닌, 성과책임이 부여된 계약직 전문가로 전환되었다.
성과기반 계약제 도입 (Performance Contracts for Executives)
모든 정부 부처의 최고 책임자(Chief Executives)는 임명 직후 해당 부처를 관할하는 장관(Minister)과 성과계약서(performance agreement)를 체결해야 했다. 이 계약서는 단순한 행정지침을 넘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공적 문서로, 정부와 공공기관 간의 공식적 책무 관계를 제도화한 핵심 장치였다. 성과계약에는 부처의 중장기 전략목표, 달성해야 할 구체적 업무성과지표(KPI), 계약 기간(보통 3~5년), 정기 평가 방식, 그리고 성과 미달 시 계약 해지 혹은 연장 여부에 대한 조건이 명시되었다. 특히 계약의 이행 상황은 매년 독립적인 감사기구나 정부 내 평가위원회를 통해 점검되었으며, 이러한 체계는 행정기관 책임자들이 정치권으로부터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정부 정책 목표에 맞춰 성과 중심의 행정을 구현하도록 유도했다. 뉴질랜드의 성과계약제는 관리자의 자율성과 책임을 결합한 시스템으로, 이후 OECD 국가들의 공공관리 개혁(New Public Management)의 핵심 모델로 평가받게 된다.
회계 및 예산제도의 시장화 (Accrual Accounting and Output Budgeting)
뉴질랜드는 1989년 제정된 공공재정법(Public Finance Act)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의 발생주의 회계(business-style accrual accounting)와 예산제도 통합을 도입하면서, 세계 최초로 정부 전체 수준의 발생주의 회계체계(whole of government accrual accounting)를 도입하였다. 이는 기존의 현금주의 회계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의 자산·부채·비용을 정확히 반영함으로써 재정의 실질적 건전성과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전환이었다. 특히 부채, 감가상각, 미래 연금부담 등의 숨겨진 재정 리스크를 투명하게 드러내며 책임성 있는 예산 운용을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정부는 성과기반 예산제도(Output Budgeting)를 도입하여, 단순한 투입(input) 기준이 아닌 산출(output) 기준으로 부처 예산을 배분하고 평가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사전에 명확한 성과목표와 측정지표를 설정하고, 회계연도 말에 그 결과를 정부와 의회에 보고해야 했다. 이러한 방식은 예산 집행의 결과 책임을 제도화하고, 행정성과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가능케 하였다. 뉴질랜드의 회계 및 예산 개혁은 재정운용의 시장친화성과 행정책임성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 OECD 여러 국가의 벤치마크가 되었다.
공기업의 민영화 및 구조조정 (Corporatisation & Privatisation)
1980년대 후반 뉴질랜드는 정부 기능의 축소와 공공부문 효율화를 목표로 대규모 공기업 개혁을 단행했다. 우체국(New Zealand Post), 철도청(NZ Railways), 전력청(Electricity Corporation) 등 대형 공기업들은 먼저 기업형 공공기관(corporatised SOEs)으로 전환되었으며, 이후 일부는 민간 자본에 매각되거나 완전 민영화(privatisation)되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단순한 소유권 변경을 넘어, 기업 운영방식의 도입, 이윤책임 강화, 경쟁 유도라는 시장 원리를 공공부문에 적용하려는 시도였다. 특히 공공서비스 영역에서의 독점적 지위 해체와 성과 압박 메커니즘은 "공기업의 사유화를 통한 공공성 회복"이라는 역설적 기조 속에서 정당화되었다.
중립성과 투명성 강화 (Impartiality & Merit-based Appointment)
뉴질랜드 행정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공직자 채용의 방식과 정치적 독립성 확보였다. 모든 공무원은 공개경쟁 기반의 채용 시스템에 따라 선발되었으며, 채용 기준은 학력, 경력, 시험 등 명확한 자격요건과 실적 중심의 평가에 기초하여 설정되었다. 이는 임의성과 인맥 중심의 채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직업적 전문성과 중립성을 제도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정무직(Political Appointees)과 실무직(Career Officials)의 기능적 분리가 엄격히 적용되었는데, 이는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행정의 독립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실무직 관료들은 정권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직무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받았으며, 이에 따라 관료제는 정치적 간섭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개혁은 단순한 채용 방식의 전환을 넘어, 관료제 전체의 신뢰성, 예측 가능성, 정책 집행의 일관성을 제고하는 데 핵심적 기여를 하였다.

뉴질랜드 행정개혁의 평가와 국제적 영향력

OECD 및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뉴질랜드의 공공부문 개혁을 "효율성과 투명성의 제도화"라는 관점에서 높이 평가하였다. 뉴질랜드는 2023년 투명성국제 CPI에서 세계 1위(87점)를 기록하였으며, 세계은행의 정부효율성(Government Effectiveness) 지수에서도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후드(Hood)와 피터스(Guy Peters)는 공동연구에서 뉴질랜드를 "성과정부 모델의 실험실"로 평가하였으며, 이는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개혁 설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Hood & Peters, Rewards for High Public Service Performance, 2006).

뉴질랜드 전체 노동시장 중 공무원은 2024년 2월 기준 481,500명으로 전체 고용(약 2,502,800명)의 19.2%를 차지한다. 이 중 중앙정부 및 공공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대다수이며, 지방정부 인력은 약 58,000명 수준이다. 특히 핵심 정부부처를 구성하는 Public Service Departments에는 약 45,000명 정도가 근무하며, 이는 공공부문 내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뉴질랜드는 민간 부문에 준하는 효율성과 책임성을 공공부문에 도입하면서도, 높은 공직 윤리와 투명성을 유지하며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행정개혁은 단순한 탈관료화가 아니라, 성과와 윤리, 효율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구축한 혁신적 사례였다. 계약과 평가 중심의 행정체계 속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 의식이 유지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민 신뢰와 국가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성과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편적 제도 개혁이 아닌 정치적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총체적 개혁 설계를 통해 새로운 관료제를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뉴질랜드 모델은 개혁대안으로 삼을 가치가 충분한 사례이다.

④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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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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