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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①광장의 정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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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메달렌 2025를 통해 본 세계질서와 한국 정치의 좌표

비스뷔(Visby)의 초여름은 언제나 그렇듯 평화롭다. 스웨덴 고틀란드 섬의 이 중세도시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고풍스러운 성벽과 돌길로 유명하지만, 해마다 6월 말이 되면 이 작은 도시는 전 세계 민주주의 실험의 무대가 된다. 2025년에도 어김없이 "알메달렌 정치주간(Almedalsveckan)"이 열렸다. 올해는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스웨덴의 여덟 개 정당 대표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자의 정치적 신념, 세계관, 위기 인식, 그리고 국가 비전을 설파했다.

요한 다비드손 스웨덴 주택부 차관의 정책토론. [사진=뉴스핌]

알메달렌 스케치

비스뷔는 단지 알메달렌의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과거 독일의 상인 조직인 한자동맹의 핵심 거점이었던 항구도시로, 고즈넉한 성곽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으며, 그 아래 해안선에는 정기 크루즈선, 요트, 해군 군함, 해양경찰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성곽의 언덕부터 해변까지, 비스뷔 전체가 세미나 공간이 되는 이 거대한 무대는 고요한 역사의 풍경과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대화가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이룬다.

세미나는 비단 실내공간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중세 성곽 아래 골목길과 해변의 임시 천막, 카페와 레스토랑, 대학 강의실과 도서관, 심지어 골목 귀퉁이까지도 토론의 장으로 변모한다. 약 2500여개의 세미나가 5일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이 중 다수는 발디딜틈 없이 가득 찬다. 각 부의 장관과 차관, 정책 전문가와 노조 지도자, 기업인과 시민이 한 자리에 모여 이슈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은, 민주주의의 가장 생생한 단면을 보여준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화두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었다. 구글(Goog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각각 독립된 부스를 운영하며, AI가 노동, 교육, 의료, 행정에 끼칠 변화에 대해 전문가 패널을 초청해 매일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은 단지 기술 논의를 넘어, 인간 중심의 기술 통제, 윤리적 책임, 민주적 감시체계에 대한 숙고로 이어졌고, 그 생중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안보와 외교적 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주제로 떠올랐으며, 미래 에너지와 기후 위기는 유럽 전역의 생존 전략이라는 인식 속에서 재조명되었다. 각 정당과 기업, 시민단체들은 탈탄소 전환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를 두고 격렬하면서도 생산적인 의견 교환을 이어갔다.

알메달렌을 관통하는 골목의 맨 아랫쪽 광장은 매 시간 새로운 연설자가 무대에 오르는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30분 단위로 연설자와 주제가 바뀌고, 광장을 지나치는 시민들과 맥주집, 카페, 호텔 객실 창문에서 지켜보는 청중들 앞에서 연설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폭력성과 상업적 광고, 비난과 혐오적 발언이 아니라면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다룰 수 있으며, 직접민주주의단체, 여성단체, 청소년단체, 인권단체, 환경단체, 장애인단체 등 수많은 시민단체가 사회적 약자와 잊힌 이슈를 공론장에 올린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함께 귀 기울이는 모습은 이곳이 단순한 발표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순수한 현장임을 보여준다.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주최측이 준비한 커피와 음료, 간단한 커피빵이 제공되고, 일부 행사장에서는 와인과 샴페인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장면도 목격된다. 음악은 자연스레 카페와 해변 천막에서 흘러나오고, 거리에는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마을 전체가 정치축제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정치란 때로 이토록 인간적이고 따뜻할 수 있음을, 알메달렌은 언제나 증명한다.

매일 정오 12시와 저녁 7시, 비스뷔의 중앙 광장은 또 다른 절정을 맞는다. 각 정당의 대표들이 국민 앞에 서서 연설을 하는 이 시간은, 정당의 정체성과 국가 비전을 압축해 보여주는 정치적 순간이다. 이 연설들은 단지 현장에서 수천 명이 경청할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실시간 TV 중계를 통해 접하게 되므로 국민과의 중요한 정치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연설의 강약에 따라 수화통역자의 손과 몸짓이 역동적으로 춤을 추듯 흐르고, 청중의 환호는 마치 고대 극장의 합창처럼 자연스럽다.

스웨덴의 최대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 (Dagens Nyheter)의 6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알메달렌 정치주간에서 가장 많은 청중을 모은 연설자는 사회민주당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Magdalena Andersson) 대표였다. 약 3700명이 연설을 경청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약 1만2200명이 광장 연설에 참석하였고, 몇 주전 새로 당대표로 선출된 안나-카린 핫트(Anna-Karin Hatt, 중도당)가 2700명, 시모나 모함손(Simona Mohamsson, 자유당)이 2000명, 짐미 오케손(Jimmie Åkesson, 스웨덴민주당)이 1350명, 엘리사베트 스반테손(Elisabeth Svantesson, 보수당)과 아만다 린드(Amanda Lind, 녹색당)는 각각 약 900명, 누시 다드고스타르(Nooshi Dadgostar, 좌파당)와 에바 부시(Ebba Busch, 기독민주당)는 약 650명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인원을 넘어, 각 정당이 던지는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공감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다. 당 대표연설자 8명 중 7명이 여성으로 구성된 것도 화제다. 총리이자 보수당 대표인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 대신 여성 재무부 장관으로 교체되어 이번에는 7명이나 대표연설에 참여했다.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과 보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여성이 당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정당 부스들 또한 인상 깊다. 각 정당은 홍보용 기념품과 정책 책자를 배포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정치 퀴즈와 스티커 놀이,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미니토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당 관계자들은 방문객과 차를 마시며 당의 가치와 비전을 나눈다. 정치가 벽이 아니라, 말 걸 수 있는 문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올해 다시 만난 샬롯 페트리 고르니츠카(Charlotte Petri Gornitzka) 도지사, 마이트 포흘린(Meit Fohlin) 고틀란드 시장, 미아 스튀레(Mia Sture) 알메달렌 조직위원장, 셰르스틴 룬드그렌(Kerstin Lundgren) 국회부의장과의 대화를 통해, 이 행사가 단순한 정치이벤트가 아니라 스웨덴 사회 전체의 정치적 자부심이자 민주주의의 일상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의견과 삶의 방식이 만나는 공간'을 이 행사의 본질로 규정했고, 시민을 단지 청중이 아닌 공동 설계자로 인정했다. 특히 메이트 폴린(Meit Fohlin) 시장은 "도시의 일상과 알메달렌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준비 단계부터 수개월간 도시의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고 조정한다"며, 축제이자 시스템 운영의 정점으로서 알메달렌의 긴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②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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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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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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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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