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24일(현지시간) 주요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3월, 4월, 6월 등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뒤 처음으로 쉼표를 찍었다.
현재 ECB 금리는 지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높았던 2023년 9월 4.0%의 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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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자료=블룸버그 통신] 2023.05.05 koinwon@newspim.com |
ECB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예치금리를 연 2.0%에서 동결했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ECB는 주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예치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레피금리(Refi·RMO)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2.15%, 2.40%로 고정됐다. 레피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서 일주일 동안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ECB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기 목표치인 2%에 도달해 있다"며 "국내 물가 압박이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임금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 금리 인하 덕분에 유로존 경제는 어려운 세계 환경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동시에 특히 무역 분쟁으로 인한 환경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성장에 대한 위험이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도 "무역 긴장이 신속하게 해소되면 경제 전망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ECB의 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에서 널리 예견돼 왔던 일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가르드 총재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통화 정책 주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여러 정책위원들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금리 동결을 충분히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유로화는 1.1756 달러에 거래되면서 이전에 비해 큰 변동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ECB가 관망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케닝엄은 "미-EU 협상 상황을 고려할 때 ECB 정책결정자들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자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금융시장의 트레이더들은 ECB가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1.75%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 가능성은 약 85%로 약간 낮아졌다"고 말했다.
독일 데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울리히 카터는 "침체된 경제 활동,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하락, 유로화 강세 등이 합쳐져 나타난다 해도 ECB가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인하는 오직 경제 성장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는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ECB는 "정책위원회는 특정 금리 경로를 사전에 확정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전망과 관련 위험 평가, 유입되는 경제 및 금융 데이터, 그리고 기저 인플레이션의 역학 및 통화정책의 파급력 등을 바탕으로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