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닷새 만에 혁신위원장직 사퇴…전당대회 출마
전날 '쌍권 출당' 제안…송언석 '거부'
"인청 앞두고 허송세월…빠르게 전대 관리위원회 설치해야"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인적청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출범이 좌초된 가운데 당 내부에선 "예견된 사고"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가동되는 혁신위의 한계가 분명했음에도 지도부가 무리하게 출범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7일 오전 혁신위 인선을 발표했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였던 안철수 의원은 돌연 거부 의사를 밝히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직 사퇴와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지난 2일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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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거부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2025.07.07 pangbin@newspim.com |
갈등의 핵심은 '인적청산'인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최소한 2명에 대한 인적청산을 지도부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청산은 탈당에 준하는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인적청산 대상자인 2명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대선 당시 후보 교체 시도를 주도한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의원은 이날 발표된 혁신위 인선에 대해서도 합의된 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가 당대표가 돼 단호하고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이 제안한 인적청산 문제에 대해 "어제(6일) 안 의원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갑작스런 조건을 단 것으로 안다. 그러나 출당 문제를 비대위원장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고 당장 (내부) 의견 수렴 없이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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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07 pangbin@newspim.com |
당 내부에선 차라리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 혁신안을 매듭지었어야 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8월 전당대회가 가시화 된 시점에서 새 혁신위 출범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3선 의원은 혁신위 좌초 상황에 대해 "예고된 사고"라며 "애초에 혁신위 권한을 원내 밑에 어설프게 둔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차라리 김 전 비대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발을 맞추며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했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혁신위를 만들려고 하니 안 의원을 앉힐 수밖에 없었을 테고 무리수가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두 달도 안 돼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데 그 전에 고강도 쇄신안이 만들어진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며 "김 전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서 안정적으로 혁신안을 가다듬고 새 당대표에게 바톤을 넘겨주는 그림이 가장 합리적이었을 텐데 아쉽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고 지도부가 야당으로서 전략을 가다듬어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인데 혁신위 문제로 허송세월하게 됐다. 혁신위 할 필요도 없이 전당대회 관리위원회를 빠른 시일 내 설치해 그 안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짜내는 게 그나마 만회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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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수재건의 길' 퇴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5.06.30 mironj19@newspim.com |
일각에선 안 의원이 주장하는 인적청산이나 인선 문제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당권 출마를 고려해 안 의원이 일찍이 혁신위에서 발을 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안 의원이 지도부에게 이런 저런 혁신위 조건을 명분으로 내세운 게 결국 사퇴 후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니 한동훈 전 대표하고 지지율 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 하니깐 결국은 명분을 찾아 그만 두신 게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