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취재진 법정 증인 출석…'차폐' 설치에 변호인 반발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심사·발부 과정에서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건 공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측 변호인에게 "재판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고인이 증인을 상대로 직접 질문을 하던 중 변호인이 끼어들어 재판 진행에 혼선이 빚어지자,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변호인에게 주의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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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 유리창과 벽면이 파손되어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집기를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려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섰다. [사진=뉴스핌 DB] |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우현)는 특수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96명 중 18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 시위대를 따라 법원 내부에 진입해 현장을 촬영한 JTBC 취재진 A 씨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증인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줬고, 피고인 김 모 씨는 A 씨에게 "증인이 청사 들어갈 때 경찰 제지가 있었냐"고 질의했다.
A 씨는 "들어가기 전에 경찰이 막고 있었고, 소화기가 발사돼 경찰 대열이 흐트러졌다. 진입 과정에서 경찰이 제지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일방적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이에 이하상 변호인이 갑자기 "팩트만 말하라"며 A 씨에게 발언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묻고, (증인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질문을 듣자"며 "변호인은 재판에 협조해 달라"로 강조했다.
이 변호인은 "피고인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변호인은 발언 기회를 얻은 후 발언하라"며 재판 절차적 질서를 지켜달라는 취지로 재차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여러 차례 질문 기회를 주고 있다"며 "중간에 끊지 말아달라. 재판에 협조해 달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 변호인은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증인에게 수차례 같은 질문을 반복해 주의를 받았다.
A 씨가 기자가 아닌 리서처 직군으로 취재에 나섰다고 밝히자, 이 변호인은 "경찰에게 기자라고 오인하게 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A 씨는 "JTBC의 지휘 체계를 받고 있고, 보도국에서 일했다"며 "일반적으로 취재진이라고 소개한다. 경찰에게 '리서처'라고 적힌 명함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변호인은 증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고, A 씨는 "억지 주장"이라며 "같은 질문을 계속한다. 재판부에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길 도와달라"고 했다.
재판부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달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차폐 시설이 설치되자, 변호인과 피고인이 반발하기도 했다.
이 변호인은 "지가 기자라고"라며 "특별 대우를 받겠다고 강조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정상경 변호인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증인"이라며 "차폐 시설 설치를 재고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지가' 이런 표현은 맞지 않다"고 짚은 뒤 "몇몇 증인은 차폐 시설 후 신문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차폐 시설을 설치해 신문하겠다"고 말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