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재설정' 안내 받지 못했다" 불만 표시...SKT "선택의 개념, 일괄 공지 안했다"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텔레콤이 전국 T월드 매장에서 유심(USIM) 교체 없이도 동일한 보안 효과를 제공하는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현장 곳곳에서 여전히 혼선이 이어졌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T월드 매장 직원은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안내해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받으려면, 나중에 오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손님을 돌려보냈다.
직원은 이날 "제가 아직 유심 재설정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좀 숙지해야 할 것 같다"며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잘못 안내해주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심) 교체 위주로 진행중이고, 재설정 받으러 온 고객이라면 다음에 오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은 유심 재설정 대상자가 아닌 고객(유심 재고 도착 문자를 받지 않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다"고 잘못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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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서울 시내 한 T월드 매장에서 유심 교체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 2025.05.12 yek105@newspim.com |
유심 재설정 서비스는 기존 유심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통신사와 연결된 '사용자 식별·인증 정보'를 새롭게 바꾸는 방식의 서비스다. 전날 SKT는 일일브리핑을 통해 "고객은 해당 서비스로 '유심 교체'와 동일한 수준의 보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유심 교체 시와 달리 (공인)인증서 재설정·연락처 백업·교통카드 재등록 등 절차를 생략해 시간도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유심 교체를 하러 방문한 고객(유심 재고 도착 문자를 받은 고객)이 유심 재설정 서비스 적용과 실물 유심 교체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유심 재설정 서비스'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고객들이 속출했다. 서울 시내의 또 다른 T월드 매장은 유심 재고 도착 문자를 받고 온 고객에게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안내하지 않고, "공인인증서 등은 재발급받아야 한다"며 유심 교체 안내만을 제공했다. 고객은 '백업(연락처 백업·T머니 환불 등)'과 '후처리(연락처 다운·각종 인증서 다운 등)'가 생략된 새로운 서비스(유심 재설정 서비스)가 출시된지 모른 채, 현장에서 똑같이 복잡한 절차의 유심 교체 과정을 기다렸다.
서비스 안내를 받지 못한 고객은 현장 방문 고객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유심 교체 예약 신청을 완료한 강모(27)씨는 "SKT를 쓰는 가족 모두 신규 서비스에 대해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SKT의 사과 문자를 끝으로, 새로운 대응 방안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씨의 메시지함에 도착한 마지막 문자는 지난 9일 SKT가 발송한 '유심 관련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통지' 문자(사과 문자)뿐이었다.
한편, SKT는 유심 재고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고도화된 이심(eSIM) 셀프 개통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간단히 eSIM을 개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아이폰 XS 이후 모델이나 갤럭시 S23 등 일부 플래그십 모델에서 지원된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고객도 나왔다. A씨는 "아이폰 14Pro를 사용해 eSIM 셀프 개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됐다는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SKT 관계자는 "현재 수십 만명씩 순차적으로 문자가 전송되는 중인데, 서버상의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대기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과 신규 서비스의 간극이 계속되는 가운데, SKT의 고객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유심 해킹 사태가 본격화된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하루 평균 약 2만 6100명대의 가입자 이탈을 겪고 있다.
이날 SKT는 일일 브리핑에서 "유심 불법 복제를 충분히 커버하고 있지만, 유심 교체의 편의성이 좀 부족해서 유심 재설정이란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일련의 절차를 설명하면서 나아갈 거여서 처음 2~3일 동안에는 (설명 과정) 단계를 지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고객 여러분의 습득 시간이 지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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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5.04.30 choipix16@newspim.com |
SKT는 유심 해킹 사태로 흔들린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고객신뢰회복위원회를 구성해 고객 피해와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구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SKT는 "늦어지더라도 다음 주까지 고객신뢰회복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양섭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도 SKT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0년간 이어온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SKT가 해당 노력에 그치지 않고 '고객 일괄 대응 방침', '고객 중심 경영 방침' 등을 도입할 것을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SKT가 유심 재설정 등 새로운 보안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안내가 부족하고 현장 직원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고객 불신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유심 보호 서비스, 유심 재설정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를 계속 도입을 하더라도 고객에게 제대로 된 통지를 일괄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그만큼 보안 대응도 늦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SKT가 새로 도입하는 신뢰회복위원회와 같은 대책 기구는 골든타임에 고객들에게 어떻게 일괄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해야 할지 각별히 고민해야 한다"며 "명분용 서비스와 기구를 만들 것이 아니라, 현장 고객, 대리점의 실제 목소리를 본사가 반영해 보안 대응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 서비스를 대리점 직원이 숙지하지 못하거나, 대상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객신뢰회복위원회의 설치와 같은 노력은 형식적일 수 있다"라며 "실질적으로 고객 중심 경영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에 소비자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지시할 수 있는 고위급 책임자가 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SKT관계자는 "유심 재설정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는 신규 서비스라기보다는 '옵션'의 개념에 가깝기에 일괄적인 문자를 보내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해당 서비스는 유심 교체 고객 중 유심에 저장하는 데이터 이동을 힘들어하는 고객에 한정해 안내하고 있는데 일부 T월드 매장에서 시행 첫날이다 보니,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통망과의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소통과 안내를 강화해 혼선을 줄여나갈 예정이다"고 했다.
yek10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