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 사태수습 태도에 야권에서 잇단 책임론
처우개선 지지부진, 일방적 금융사고 쇄신안 논란
극단적 노사 갈등, 내홍 수습 리더십 상실 지적
내년 1월 임기 종료, 연내 논란 해소 '불투명'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처우개선과 금융사고 방지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노동조합(노조)과 극심한 대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도 경영진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태 수습의 구심점이 돼야 할 김 행장이 오히려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김 행장 등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하며 2차 파업 등을 예고해 임기 내 내홍 수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김 행장은 최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수의 야당 소속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면담은 각종 논란으로 인해 기업은행 노사간의 갈등이 커지자 합의점을 찾자는 야당측 제안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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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5.01.20 choipix16@newspim.com |
하지만 이 자리에서 김 행장이 사태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처우개선은 국책은행 특성상 자신의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금융사고는 이미 발표한 쇄신안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배 의원은 "김 행장을 만나 노조 처우개선 요구안 중 작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우선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후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노사 갈등이 극대화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김 행장 발언을 확인한 노조가 경영진 총사퇴 요구와 함께 지난 16일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등 의원 면담 후 오히려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기업은행의 내홍은 지지부진한 처우개선과 일방적인 금융사고 쇄신안이 원인이다.
노조는 코로나 이후 정책금융 관련 업무가 대폭 증가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지난해 12월 창립 후 처음으로 단독 파업에 돌입한바 있다. 기본금과 성과급 등을 포함한 기업은행 처우는 시중은행 대비 70% 수준이다.
여기에 노조는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수당을 1인당 600만원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책은행 특성상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시간 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임금인상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4개월이 넘도록 협상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882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까지 터지면서 내부혼란은 극에 달했다. 연루된 직원만 3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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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앞에서 기업은행 노동조합 1500명을 결집해 '임단협 합의 촉구 및 부당대출사태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김성태 은행장 및 경영진 총사퇴를 촉구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
특히 노조는 김 행장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쇄신안이 경영진이 아닌 일선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처우개선을 놓고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쇄신안 논란까지 더해지며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2023년 1월 취임한 김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이면 끝난다. 7개월 가량 남았지만 이미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남은 기간 내홍을 수습할만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6월 조기대선 결과에 따라 김 행장의 퇴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국책은행 인사에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비판과 후속 인사에 따른 낙하산 논란도 발생할 것으로 보여 임기 완주만큼은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노조는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하며 2차 총파업 및 김 행장 퇴진 운동 등을 예고한 상태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야권에서도 면담 후 김 행장 책임론이 커지고 있어 처우개선과 금융사고를 둘러싼 갈등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경영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전혀 없다"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