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규모 집회, 경영진 총사퇴 압박
사측 "직원과 소통하며 의견 반영할 것"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IBK기업은행 노동조합(노조)이 김성태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총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882억원 규모의 금융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부실한 쇄신안을 통해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오는 16일 대규모 집회 등 투쟁 확대를 예고했다. 김 행장이 직접 내홍 수습에 나섰음에도 오히려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16일 오전 기업은행 을지로 본점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집회에는 9500여명의 노조원(전체 직원 1만3000여명) 중 약 2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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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사과문 및 쇄신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기업은행] |
노조는 이번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한 쇄신안이 일선 직원에게만 모든 책임을 넘기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에 대한 조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기업은행 쇄신안은 ▲임직원 친인척 정보 DB 구축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 제출 ▲내부신고자 채널 신설 및 면책 조치 ▲감사자문단 운영 ▲쇄신위원회 운영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사건과 연루된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이고 향후 부당지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지시를 내린 사람은 물론, 이를 이행한 직원도 처벌하는 등 제재 강화 조치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부 반응은 회의적이다. 아직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조차 확보하지 못한 경영진이 일선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급조된' 대안을 내놓았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아직 부당대출에 연관된 직원 명단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는 ▲고위급 임원 책임 강화 ▲경영목표 및 제도 개혁 ▲부당거래 연결고리 차단 ▲영업현장 보호 및 재발방지책 마련 ▲여신심사 시스템 독립성 보당 등의 혁신안을 수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핵심 조치로 내세운 쇄신위원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준법감시인과 경영전략 부행장 등 임원이 다수 참여하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노조는 쇄신안 철회 등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김성태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 퇴직 촉구 투쟁을 강화한다고 예고했다. 처우개선을 놓고 기업은행 노사간의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쇄신안 논란까지 더해지며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경영진을 향한 대내외 신뢰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노조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단독 파업에 돌입하는 등 유례없는 내홍을 겪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직원 처우개선 논란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조측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현장 직원들이 문제라는 식의 쇄신안을 내놓았다"며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은행측은 "외부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쇄신위원회를 통해 업무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등 기업은행 전반의 쇄신 계획 적정성과 이행실적을 외부의 시각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점검할 예정"이라며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부문에서 오래된 관행이나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점검하여 개선해 나가고, 조직문화 부문에서도 끼리끼리 문화 등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당대출 등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힘들고 어려운 쇄신 추진과정을 경영진부터 다 같이 동참할 필요가 있어 전 직원 교육 등 내부 수용성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추진해 공감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