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검사결과 발표…신고 규모보다 3배↑ '882억원'
검사기간 중 자료삭제 등 조직적 은폐 정황도 확인
"내부통제 제도 실효성 부족…사내 인식 바뀌어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한 IBK기업은행에서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나타났다며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25일 오전 금감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조직적이고 주도적으로 사고를 덮으려는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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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송주원 기자] |
이 수석부원장은 "사람의 본성 측면에서 위법 행위를 감추기 위한 행위였는지, 이를 넘어서는 조직적이고 주도적인 은폐 행위였는지 은행 측에서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검사 과정에서 발각된 기록 삭제 정황, 관련자 대화를 볼 때 형법과 관련 법령의 하용 범위를 넘어서는 조직적인 은폐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고, 향후 제재과정에서 혐의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자체 정기감사를 통해 239억5000만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적발한 뒤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후 수시검사에 돌입한 금감원은 예정보다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는 등 고강도 검사를 벌여왔다.
금감원 검사 결과, 해당 부당대출 규모는 총 882억원으로 집계됐다. 애초 기업은행이 확인했던 부당대출 규모보다 3배 이상 더 컸다. 사고에는 퇴직 직원 A씨를 중심으로 은행 직원인 그의 배우자(심사역),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사모임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다수 임직원이 연루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제보에 따른 자체조사를 통해 전·현직 임직원 등이 관여된 조직적 부당거래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하고 금감원 검사기간 중 자체조사 자료를 고의로 삭제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통상적으로 검사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자료 확보와 실체 규명을 위한 증거자료 확보가 중요한데 이를 원천적으로 방해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 중"이라며 "위법 행위 당사자가 개인 이익을 위해 자료를 은폐한 것과 당사자 외 주변인이 회사 평판을 고려해 은폐한 건 굉장히 다른 차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다툼의 소지가 있겠으나 기록 삭제 시도에 대해 당국은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고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부연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태를 이해상충 조사 등 관련 내부통제 제도가 작동하지 않은 사안으로 진단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회사는 내규 임직원 윤리·복무규정 등을 통해 이해상충, 내부 부당거래등방지의무를 선언적으로만 규정하는데 그치는 등 내부통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관련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지만 법령상 의무사항은 필요최소한으로 이뤄지고 자체적인 내규 수정과 사내 인식, 문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 차원의 정책으로는 필요한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업계 표준을 마련하고, 이를 소홀히 하는 회사를 구분해서 디스인센티브를 주는 등 필요한 제재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