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위한 용역 발주 예정
전문가들, 아파트부지 예상되지만 실제 건립은 시간 걸릴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동 670번지 일대 이른바 '부영 부지'에 한남더힐이나 나인원한남과 같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원 부지에서 지정 해제된 이 땅에 대해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지구단위계획이 어떻게 꾸려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부영 부지 주변지역이 고급 아파트촌임을 감안할 때 당초 부영측의 땅 매입 목적이었던 '하이엔드' 아파트 건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은 이르면 내년 7월 오세훈 서울시장 민선 8기 이전에 확정될 공산이 크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 670번지 일대 '부영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이 오는 12월까지 발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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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670 일대 부영부지 모습 [사진=뉴스핌DB] |
서울시는 이 용역에서 부영 부지에 대한 개발방향성을 담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용역 발주를 준비하는 단계로 어떤 개발 방향을 미리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용역은 12월 중 발주돼 내년 안에 완료 되며 이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8기 임기가 내년 7월말까지란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 중 지구단위계획이 완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체 2만8790㎡ 넓이인 한남동 670일대 부영 부지는 부영이 97.4%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3개 필지를 각각 국방부와 타 법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 땅은 그동안 개발방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땅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 조선총독부고시에 따라 국내 첫 근린공원 부지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해방과 6.25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가 용산 일대에 주둔하면서 이 땅은 미군 주택 부지로 사용됐다. 이후 2014년 중견 건설사 부영이 약 1100억원에 국방부로부터 이 땅을 매입하고 이듬해인 2015년 미군 주택이 철수하면서 현재 빈 땅으로 남은 상태다. 당시만 해도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지역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공원 용지에서 해제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땅을 '한남근린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결정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부영 측은 도시공원 실효가 정당하며 서울시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서울시는 2020년 6월 도시공원 지정 해제 전날 한남근린공원의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했다. 하지만 이도 서울시의 '무리수'로 지적됐다. 만약 이 땅을 공원으로 사용하려면 서울시와 관할 용산구가 부영으로부터 땅을 매입해야하는데 부지 매입 비용만 3600억원을 넘어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돼서다. 결국 실시계획 고시 이후 5년 동안 공원화 사업은 전혀 진척되지 못해 법령에 따라 지난 6월 25일 도시공원 지정이 완전히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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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 땅을 도시공원 지정해제 직후 한남지구단위계획으로 편입시켜 놓은 상태다. 도시공원 지정해제 이후 소유주인 부영 측에서 개발 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울시는 이 땅에 대해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아직 개발 허가제한지역 지정이 발효되진 않았지만 부영 측으로선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개발에 나설 이유는 없다. 서울시가 한남지구단위계획 가운데 이 땅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키로 한 만큼 그 때를 기다리는 게 낫기 때문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은 아직 발주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늦어도 연내 발주를 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용역은 1년 정도 걸리는데 서울시는 상황에 따라 용역 완료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7월말인 오세훈 시장의 민선 8기 임기 만료 이전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부영 부지는 당초 매입 당시 부영 측이 계획했던 '하이엔드 아파트' 건립이 가능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영부지 주변에 나인원한남, 파라곤 그리고 한남대로 건너 편엔 한남더힐과 같은 고급 아파트가 대거 위치해있다. 또 거리가 다소 떨어져있지만 같은 한남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고급 주택 파르크한남 등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부지의 용도지역이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공원을 짓지 못하면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 이 땅에서는 층수를 높게 올릴 수가 없는 만큼 대형 평형의 고급주택화가 불가피하다.
부영부지 주변 나인원한남 전용 248㎡는 최고 130억원에 지난 4월 거래된 바 있다. 길 건너 한남더힐은 전용 87㎡의 경우 지난 6월 36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인 지난해 10월 32억5000억원에 비해 8개월 만에 10% 이상 올랐다. 이 평형의 경우 평당 1억원을 넘은 셈이다. 대형 주택형인 전용 246㎡는 지난 3월 109억3000만원에 거래돼 종전 최고가인 지난해 8월의 96억원보다 역시 10% 이상 높은 매맷값을 보였다. 2020년 입주한 초대형 아파트 한강변 파르크한남은 2023년 8월 전용 320㎡는 18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다만 고급 아파트를 지으려면 진통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해당 부지가 근린공원 부지인 만큼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지구단위계획에서 고급 아파트 신축을 허용하게 되면 오세훈 시장의 내년 지방선거에 맞물려 적지 않은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아파트 건립을 가능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실제 개발 허가는 쉽게 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지적된다.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 허가권자는 용산구다. 하지만 서울시가 심의를 장기간 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허가를 늦출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 땅이 고급 아파트 부지로 바뀌면 친여 성향의 환경단체가 지방 선거를 앞두고 가만 있지 않을텐데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중책과제도 아닌 사업에 대해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허가할 가능성은 낮다"며 "박원순 시장시절처럼 건축심의 '뭉개기'로 일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부지가 약 2만8000㎡ 넓이로 크지 않다는 점도 약점이다. 인접한 나인원 한남에 반에도 못미치는 부지 면적인 만큼 하이엔드 아파트를 짓더라도 나인원한남이나 한남더힐처럼 랜드마크 단지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약 전체 땅의 2.6%의 소유주가 다른 점도 지적된다. 부영 측으로선 소유주가 다른 부지를 제척하고 사업을 진행해야하는데 이 역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부영 관계자는 "하이엔드 아파트 건립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회사 차원의 사업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된 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