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성수 등 70층 건립시 공사비 30% 오를 것
대공 진지 괴담에 초고층 반대 목소리 커져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공사비가 30% 더오른다는데 굳이 70층 해야하나?"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변 고층 재건축사업을 두고 주민들의 회의감이 짙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건자잿값 상승에 따라 공사비 인상폭이 큰데 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면 막대한 공사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일정 높이 이상 건축물에 구축해야 한다는 대공 방어진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원인 모를 두려움도 고층 재건축 재고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따라 압구정, 성수전략정비구역, 여의도 등의 초고층 재건축 가능지역에서도 70층을 넘는 동은 1개 동만 짓고 나머지 주거동은 50~60층 규모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해질 전망이다. 또 아예 70층 이상 초고층 동 건립을 포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고층 아파트에 대한 대공 방어진지 구축 논란이 벌어진 후 고층 재건축을 지양하자는 목소리가 재건축 단지 주민들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
압구정 일대 한 재건축 관계자는 "높게 지어 랜드마크가 되면 단지 가치가 올라간다는 강점이 있는데다 서울시와의 신속통합기획에 따라 70층 재건축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최근 주민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압구정이란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랜드마크를 지을 필요 없이 60층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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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70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압구정2구역 [자료=서울시] |
이같은 고층 재건축에 대한 회의감은 아직 설계 변경으로 이어지는 상황까진 아니지만 주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태다. 60층 이상 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의 한 재건축 대상단지 주민 커뮤니티에서는 50층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며 주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시가 공을 들이는 압구정에서도 70층 이상 초고층에서 층수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재건축 추진단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층수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가 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고층 재건축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직 시공사 선정도 안된 상황인 만큼 여건 변화에 따라 층수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입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고층 재건축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이유는 다름아닌 공사비 문제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재임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설정했던 높이 제한인 이른바 '35층 룰'을 폐지하고 고층 재건축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된 건축 원자잿값 인상은 공사비 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압구정 2구역 정비사업계획에 따르면 전용면적 108㎡ 소유주가 동일 주택형으로 이주할 때 추정 분담금은 2억원이다. 다만 이는 공사비를 3.3㎡당 1000만원으로 상정했을 때다. 최근 초고층이 아닌 일반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사비가 3.3㎡당 950만~990만원으로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할 때 압구정 등에서의 공사비 추가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진단된다.
실제 초고층 건축시 공사의 난이도가 증가하며 공사비도 큰폭으로 오른다. 70층의 경우 서울시가 권장하는 50층에 비해서도 철근 두께와 콘크리트 질부터 달라진다. 이와 함께 대피용 층을 한 개 층 둬야하고 공사기간도 길어지는 만큼 인건비와 금융비용도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35층으로 지을 때와 대비해 70층 건물을 지을 땐 공사비가 30% 이상 오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현재 일반 재건축과 마찬가지인 3.3㎡당 100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한 압구정의 경우 3~4년 후 확정될 공사비는 그동안의 금융비용 및 원자잿값 상승분과 고급화 설계까지 포함하면 70층을 지을 때 단순 계산시 3.3㎡당 1500만원에 이를 수 있다. 더욱이 층수가 올라가더라도 용적률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아파트 물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와 함께 70층 이상 건립시 군이 사용하는 대공 방어시설 도입 논란이 커지며 초고층 재건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아파트를 제외한 상업·업무용 건물의 경우 초고층 건립을 찾기도 힘들다. 랜드마크 빌딩 건립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던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컴플렉스(GBC)는 54층으로 기존 계획 대비 절반 가량 층수를 낮췄다. 공사비 증액 문제 때문이다. 또 서울시는 지난해 133층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 랜드마크 건립사업도 참여하는 사업자가 없어 결국 포기한 바 있다.
서울시의 방침도 초고층 재건축을 장려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압구정, 성수전략정비구역, 여의도 등에서 랜드마크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되 대다수 동은 50층 규모로 지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70층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소리지 70층 규모로 지으라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 아니다"며 "층수는 각 재건축 구역에서 결정할 사항이며 랜드마크 건물을 짓지 않아도 공공기여 확대나 사업계획 변경 등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랜드마크 빌딩 건립을 포기한 삼성동 GBC 시행자인 현대차그룹에 대해 서울시가 사전협상 재협상과 추가 공공기여를 요구한 것과 달리 주택 재건축에서는 이같은 조항이 없다. 서울시는 정비계획에 해당하는 신통기획에서 250미터(m) 이하로 건물 높이를 낮출 것과 70층 규모 랜드마크 건물도 1~2개 동 정도만 지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단지들이 70층 이상 초고층 건립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개동 정도는 70층으로 짓더라도 나머지 동은 49~59층 정도로 짓는 방안이다.
다만 초고층 재건축에 미련을 두고 있는 주민들도 여전히 많다. 초고층 재건축시 랜드마크 효과로 인해 집값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56층인 용산구 동부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의 경우 같은 124㎡도 고층부와 저층부는 7억~8억원의 시세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초고층 아파트의 효시격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84㎡의 중층부와 고층부 매매시세 차이는 6억원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더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만큼 아직 주민들이 층수를 낮추자고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대공 방어진지 구축 리스크까지 있기 때문에 랜드마크 1개동을 제외하면 나머지 동의 높이는 50~60층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