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후속 대책 발표 지연...구체적 지원 방안 없어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골든 타임 놓칠 우려...정부·채권단 주도해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대통령 탄핵 및 차기 대선 정국이 이어지며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이 차일피일 미뤄져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 주도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 구조조정 의지와 지난해 12월 이후 후속 대책이 없어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후속 대책 발표 지연...구체적 지원 방안 없어
1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계엄령 직후인 지난해 12월 말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는데, 당초 3~4월쯤 후속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후속 대책에는 석유화학 기업 구조조정 관련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담길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탄핵 정국과 차기 대선 정국이 이어지며 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사업재편 컨설팅을 마무리하고 결과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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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사진=LG화학] |
정부는 이를 후속 대책에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주력 해외 공장 매각과 국내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임시 조치에 나섰지만 업계와 정부차원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탄핵에 이어 차기 대선까지 이어지며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관심이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2차전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한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청주 분리막 공장내 생산성이 떨어지는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그 인력을 생산성이 높은 라인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2차전지 시장 침체에다 중국산 분리막을 이겨낼 수 없어 생산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골든 타일 놓칠 우려...정부·채권단 주도해야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해외 공장 및 국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롯데그룹 효자 계열사였던 롯데케미칼은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기까지 했다.
롯데케미칼은 2조원 규모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지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지난해 말 롯데그룹은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두며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현재 석유화학업계는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예외 조항 신설, 실증 시설 지원,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은영 삼일PwC경영연구원 연구원은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정부와 채권금융기관이 나서 주도하고 독립적인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경영을 맡기는 형태가 바람직해 보인다"며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