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우크라 안전보장 위해 군대 파병할 수도"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주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실상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된 유럽 주요국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비공식 긴급 정상회의를 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머리를 맞댄다.
회의에는 영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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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좌)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패싱 우려에 유럽 자체 플랜 나올까
이번 회동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각각 전화 통화로 종전 협상 개시 합의를 끌어낸 가운데 나왔다.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 관리들은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시작할 예정인데, 정작 유럽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러시아 일간 콤메르산트는 이날 밤 소식통을 인용, 미러 대표단의 회동이 18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다고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여하며,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 등이 배석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사우디 회동에서 종전 협상 초기 논의를 시작할 계획인데, 이번 회의에 우크라이나는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역시 초청받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유럽의 장기적 안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인데 미국이 러시아와 직접 접촉하고 유럽은 배제하는 '패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7일 긴급회동에서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유럽이 제공할 수 있는 방어 능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휴전 합의를 깨는 명백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자동으로 나토 회원 자격을 주는 계획도 포함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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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나오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영국 총리 "파병도 가능하다"
이달 안으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유럽 정상회의에서 나온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영국 다우닝가 소식통은 "이는 우리가 반드시 기대했던 역할은 아니지만 총리가 나서고 싶어 한다"라고 귀띔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필요하다면 우리 군을 파견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종전 합의가 일시적인 전투 중단이 아닌 러시아가 다시는 유럽을 공격할 수 없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취재한 여러 유럽 고위 관리는 미국이 유럽에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대고,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배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가디언에 "유럽은 협상에서 직접 손을 쓰지 못하고도 그에 따른 합의에 대한 준수를 감시하라는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알렸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