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미국 지원에 대한 대가로 희토류 등 5000억 달러(약 726조원) 가치의 자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점령당하게 놔둘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오는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미국 지원을 계속 받으려면 막대한 규모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사진 신화사 = 뉴스핌 특약] 2024년 2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연설을 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우크라이나에 5000억 달러 상당의 희토류를 원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들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돈이 3000억 달러가 넘는다"면서 "이는 유럽이 지출한 100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희토류와 석유, 가스 등 매우 가치 있는 땅을 가지고 있고, 수천억 달러를 쓴 우리는 그 돈을 안전하게 지키기를 원한다"며 "우크라이나는 협상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언젠가 러시아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어떻게 끝나건 미국이 제공한 지원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미국 의회는 지난 2022년 초 전쟁이 발발한 이래 우크라이나에 1700억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그 금액의 절반도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유럽연합(EU)과 27개 회원국은 전쟁 기간 동안 1450억 달러의 재정과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그들이 매우 귀중한 희토류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희토류와 다른 것들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식의 거래를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이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희토류 등 자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제시한 '승리 계획(victory plan)' 내용과 일치한다"면서 "이 계획에는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의 핵심 자원을 러시아나 이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별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켈로그 대사가 전쟁을 중단시킬 밑그림을 그릴 임무를 갖고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