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이란 제재와 사우디 아람코 가격 인상 등은 유가 지지
트럼프 정책 따라 당분간 유가 변동성 지속될 듯
금은 달러 강세와 차익 매물 출회 등으로 1% 하락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산을 통한 유가 하락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6일(현지시간) 유가가 연중 최저치로 하락했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금 가격은 이날 1%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42센트(0.6%) 내린 70.61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4월물은 32센트(0.4%) 하락한 74.29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종가 모두 연중 최저치에 해당한다.
이날 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원유 생산 설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장 초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3월 아시아행 아랍 경질유 가격을 배럴당 2.4달러 인상했다는 소식과 미국의 이란 제재 소식이 가격을 밀어 올렸다. 아람코 가격 인상분은 블룸버그가 지난 1월 집계한 트레이더와 정유업계의 전망치 2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로, 2022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 인상이다.
미 재무부는 수백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의 대중국 수출과 연루된 개인과 유조선을 제재한다면서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재개하면서 유가는 장중 일시 1% 넘게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재 강화로 이란이 당장 공급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에 유가는 다시 아래로 방향을 바꿨다.
이날 국가 기도 조찬모임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를 낮출 것"이라면서 미국의 증산 약속을 재차 언급한 점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엔 석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는 낮은 에너지 가격을 미국의 인플레이션, 금리, 부채, 생활비 문제에 대한 핵심 해결책으로 일관되게 강조해 왔고, 이것이 그가 선출된 핵심 이슈라고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원유 재고 급증에 따른 가격 부담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전날 에너지정보청이 공개한 지난주 미 원유 재고는 예상보다 큰 폭인 870만 배럴 증가해 유가를 2% 가까이 끌어내렸는데, 맥쿼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에도 미 원유 재고가 또 한 번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나 제재 관련 결정들을 계속 변경 중인 만큼 당분간은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한 시장 심리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던 금 가격은 이날 1%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장보다 0.6% 하락한 2876.70달러에 마감됐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7일 오전 3시 50분 기준 0.4% 내린 2853.1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주요 고용 지표 발표를 앞두고 달러가 소폭 강세를 보이면서 금 가격에 부담이 됐다. 주요 통화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0.1% 정도 올랐다.
RJO퓨처스 선임 시장 전략가 다니엘 파빌로니스는 "달러 강세와 일부 차익 실현, 저점에서 조금 오른 미국채 수익률 등이 복합적으로 금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간 7일 발표될 1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는 17만개 증가해 12월의 25만 6000개보다 증가폭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4.1%로 전월과 동일할 전망이다.
얼리지언스골드 최고운영책임자(COO) 알렉스 엡카리안은 "전반적 시장 변동성에 더해 인플레이션도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라 금의 안전 자산 가치가 더 주목받고 있다"면서 "금 가격이 2900달러까지 갈 수 있고, 단기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여도 금 투자 심리는 여전히 강력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