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때 '법관이 법 적용을 임의 배제' 논란 일어
1차와 다른 판사…"판사 따라 결정 달라져도 문제"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수색영장에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는 책임자 또는 기관 승낙 없이는 수색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배제하는 문구가 빠졌다.
1차 영장 집행 과정에서 '법관이 법 적용을 임의로 배제했다'는 논란이 일자 2차에는 문구 자체를 삽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불법 체포 시도"라고 반발했으나 법조계에서는 "소모적 논란이 일어날 것을 예방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15일 공개한 수색영장 내용에 따르면 신한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인 형소법 제110조·111조 적용을 배제한다는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과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2025.01.15 yooksa@newspim.com |
형소법 제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11조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은 소속 공무소나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책임자 등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1차 수색영장에는 '형소법 적용 예외' 조항이 담겼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수색영장을 발부하며 '형소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법원이 법률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므로 영장은 위법·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법조계에서도 법원이 형소법 적용 제외를 명시하며 대통령 경호처의 영장 집행 방해 명분을 없앴다는 논란이 일었다.
1차 때와 달리 2차에는 '형소법 적용 예외' 문구가 담기지 않자 이번에는 윤 대통령 측이 "형소법 제110조, 제111조에 의해 책임자의 승인이 없을 경우 수색이 제한된다"는 논리로 반발했다. 1차에는 체포영장의 문구를 문제 삼고, 2차에는 체포영장의 집행 자체를 지적한 것이다.
법원이 1차 때와 다른 판단을 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소모적 논란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차 영장 관련 논란 당시 '형소법 제110조·111조는 사물을 압수수색할 때 적용되는 조항이므로 사람을 체포하고자 수색할 때는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장판사는 주류적인 견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형소법 주석서를 비롯해 다수 학설도 '물적 압수수색과 인적 체포 수색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천 처장은 또한 '형소법 적용 예외' 문구를 적시한 것에 대해 "확인적인 의미로 보이지만 확인적이라고 하면 굳이 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그런 지적들이 있는 것 같다"고도 밝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이에 대해 "굳이 (형소법 적용 예외 문구를) 안 적어도 (윤 대통령) 위치 파악을 위한 수색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같은 법원 소속의 영장담당판사들이 다른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영장을 통해 판사가 법률의 효력을 배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담당 판사도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며 "어쨌든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2차 체포영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해둔 상태다. 그러나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면서 실질적으로 윤 대통령 측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 교수는 "권한쟁의 심판이나 가처분 신청은 사후적인 게 아니라 사전적으로 제기했던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헌법적 해명의 중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