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신세계그룹 G마켓과 알리바바그룹 합작 법인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략적 승부수'라고 띄우며 쿠팡과 네이버를 견제할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하지만, 사실상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생태계를 떠날 준비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처음엔 전자인가 싶었지만, 지분 구조를 뜯어보고 난 뒤에는 후자가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작법인 지분은 알리바바가 50%, 신세계가 40%, G마켓 지분 20%를 확보한 FI가 10%를 보유하는데, 신세계가 정말로 '합작'으로 법인을 이끌 마음이 있다면 지분 구조부터 공평하지 않은 곳에 투자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부 조민교 기자 |
신세계는 앞서 같은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의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를 포함한 물류 운영 전반을 CJ대한통운에 이관한 바 있다. 이커머스 경쟁 핵심인 물류를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더 이상 이커머스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올해 실시된 G마켓과 SSG닷컴의 대대적인 희망퇴직도 마찬가지다.
그간 3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G마켓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신세계가 알리바바라는 구원투수를 만나 겉으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것처럼, 속으로는 안전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건 알리바바의 '넥스트 스텝'이다. 만약 가까운 시일 내 조 단위 물류 투자 계획을 밝힌다면 쿠팡과의 전쟁 선포와 다름 없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별다른 계획 발표 없이 역직구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알리바바는 당초 국내에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를 들여올 때부터 '셀러 포섭'에 열중했다. 국내 우수한 셀러들과 K푸드, K뷰티 등 열풍을 갖고 해외로 나가 사업을 펼치는 것이 알리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알리바바가 추가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쿠팡이 안심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셀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난다면, 안방을 꽉 잡고 있는 쿠팡의 영향력이 자동적으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셀러를 놓치면 좋은 상품도 놓치고, 그럼 고객도 놓치게 되는 것이 이커머스 업계의 순리다.
쿠팡으로서는 어찌 됐든 글로벌 물류망을 경쟁자들과의 장기적 경쟁에 대비하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이커머스 업계는 치열한 경쟁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고객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셀러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지며, 이커머스 업계는 효율적인 물류망과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진화할 계속할 것이다. 앞으로 누가 더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결합해 시장을 선도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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