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삼성전자 반도체 50주년, 위기 속 새로운 도약 준비
대내외적 위기에 별도 행사 없이 조직·사업 정비 매진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6일 반도체 사업 진출 50주년을 맞았다. 1974년 12월 6일 국내 첫 반도체 웨이퍼 가공 생산업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나선 삼성전자는 불과 반세기만에 글로벌 메모리 기업 1위로 우뚝 서며 오늘날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진 여파로 반도체 실적 부진 등을 겪으며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부 혁신이 절실해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새로 배치하고 사업 전략 다각화에 나서면서 '새로운 반도체 50년'의 역사를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 1974년, 반도체 사업의 시작
삼성의 반도체 시장 진출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최대 유산으로 평가된다. 1974년 이 선대회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 당시는 TV 등에 들어가는 단순 칩을 생산하는 정도였다.
이후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힘을 본격 실어주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이 창업회장은 1983년 2월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대내외에 공식 발표, 기흥 공장 착공을 시작했고 불과 6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을 완공했다.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1980년 삼성본관 집무실에서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
삼성전자는 첫 투자 이후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1983년 세계 최초로 64K DRAM을 양산하며 글로벌 성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RAM 개발, 1992년 DRAM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등 무수한 '최초'와 '1위' 타이틀을 따냈다. 이때 '반도체 코리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모바일 프로세서(AP) 시장에 진출하며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2017년에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출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하며 TSMC와의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 HBM 경쟁력 회복 절실…위기 극복 위한 전방위적 움직임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HBM으로 대표되는 AI 메모리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파운드리 사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적 압박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별도의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면서 엄중한 삼성전자의 현재 상황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 속에서 대외적으로는 차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 극복을 위한 전방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대적인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사업부 재편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전영현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특히 올해 반도체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에게 메모리사업부장 자리를 겸임하게 했다. 메모리사업을 전 부회장 직할체제로 운영해 HBM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이 부진한 파운드리사업부에는 이례적으로 두명의 사장을 임명했다. 파운드리사업부장에 '미국통' 한진만 사장을 새로 선임해 글로벌 수주에 집중하도록 하고, 기술 분야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신설하고 남석우 사장에게 맡기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내부적인 혁신과 조직 개편을 통해 현재 반도체 사업 부진이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반도체 사업 태동지인 기흥캠퍼스에서 총 20조원을 투자하는 차세대 연구개발 단지의 설비 반입식을 열고 재도약을 다짐하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당시 기념사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50년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