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고등학교 시절 함께 에어팟을 빼앗고 플랭크 자세를 시키며 학교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이준석 판사)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된 A(20) 씨, B(21) 씨 모두에게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이들은 고등학생 시절 A 씨의 같은 반 학생인 C 씨를 폭행하며 에어팟과 금전을 편취하고, 소위 '얼차려' 식으로 괴롭히는 등 학교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에 따르면 2021년 8월경 A 씨는 B 씨와 함께 서울 강동구의 놀이터에서 C 씨가 자신의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리고 뺨을 때리는 등 수차례 폭력을 휘둘렀다. 이들은 폭력 행위에 겁을 먹은 C 씨에게 생일 선물 명목으로 에어팟과 버스비 5만 원 등을 송금받았다.
이들의 학교폭력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나흘 후 A 씨 등은 C 씨가 전날 술에 만취했다는 이유로 오전 6시부터 4시간 동안 얼차려와 비슷하게 플랭크 자세를 시켰으며, C 씨가 이를 유지하지 못하자 효자손으로 번갈아 가며 허벅지를 수십 차례 폭행했다.
이들은 학교폭력을 저지른 지 3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정에 넘어가서도 반성하지 않았다. "일부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조사 내용과 같은 정도로 폭행한 적은 없다"며 "에어팟을 건네받지도 않았으며 송금받은 돈은 피해자가 먼저 미안하다면서 대중교통이 끊겼으니 택시비를 하라고 준 돈일 뿐"이라는 항변을 한 것이다.
하지만 C 씨의 법정 진술을 살핀 판사는 이들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C 씨가 얼차려 괴롭힘을 당한 뒤 끌려간 노래방에서 점주에게 신고를 요청해 경찰이 출동한 바 있는데, 당시 진술서의 내용 역시 법정 진술과 같은 피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또한 신고 직후 촬영된 C 씨의 상해 사진과 발급된 상해 진단서, "C 씨가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하고 돈을 빼앗겼다는 말을 들었다"는 공동 지인의 진술 역시도 고려됐다.
판사는 "폭력의 정도, 피해자가 느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가벼워 보이지 않고, 공갈 범행의 피해액도 소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질타했다.
다만 이들이 사건 당시 고등학생이며, 판결 당시에도 어린 나이이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A 씨가 C 씨에게 50만 원을 형사 공탁한 점 등 역시 양형에 참작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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