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3분기 누적 순이익 16.5조 '최대'
지난해 성과급 축소한 노조, 올해는 강경대응
400% 이내 지급 전망, 국민 여론 악화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권이 고금리 여파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이 본격적인 성과급 협상에 돌입했다. 정부 압박으로 지난해 성과급 규모를 축소한 금융노조는 올해는 정당한 보상을 받겠다며 입장이다. 이른바 '돈잔치' 비판에는 사회공헌 및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상생확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부터 연말 성과급 협상을 위한 임단협 준비에 본격 돌입한다. 성과급은 기본급 대비 400% 이내를 기준으로 협상이 이루어지며 세부 금액은 통상 해를 넘겨 내년 초에 결정된다.
은행권은 이자수익 확대에 따른 이른바 성과급 '돈 잔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지난해 지급 규모를 기존 300~400%에서 200~300%로 조정한바 있다. 이에 올해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11.11 peterbreak22@newspim.com |
5대 금융그룹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6조555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5.9% 증가한 규모이자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22년 15조8261억원과 비교해도 7000억원 이상 늘었다. 최근 3년간 3분기 누적 순이익 총액만 48조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은행권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금리로 서민들의 고통이 큰 상황에서 은행들만 고금리에 따른 이자수익 확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과연 충분한 혁신을 통해 이익을 냈는지 문제의식이 있다"며 "은행이 돈을 벌면 비판을 받는다. 상생의 노력이나 혁신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스스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은행권은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당국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가계부채 폭증 등 현 금융시장 혼란의 원인은 금융당국의 무능에 있다며 책임 '떠넘기기'를 질타했다. 성과급 돈잔치 비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반응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현 정부 2년만에 금융산업은 파탄났고 가계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방패막이로 삼은 채 오락가락 정책만 펼쳐왔다"며 "철저한 자기반성과 금융정책 기조의 재정립을 강력히 촉구한다. 금융당국의 전면적인 쇄신만이 경제를 지키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성토했다.
금융노조는 시중은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특별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책은행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공정한 보상에서 제외된다면 명백한 차별이고 헌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당국과의 성과급 논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노조측의 강경한 입장을 감안할 때, 올해 은행권 성과급은 역대급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정서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비판을 누그러뜨릴 대책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내년에도 사회적 공헌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막바지에 접어든 상생금융 역시 필요할 경우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4561억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방안 자율프로그램을 집행했다. 전체 5971억원 지원규모 중 76% 가량이다. 금융권이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시행한 '상생금융' 전체 규모는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의 자체적인 사회공헌활동 지원 규모 역시 2021년 1조61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6349억원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은행을 향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커지는만큼 이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성과급 규모는 현재 임단협이 진행중인 사안이기에 현 시점에서 어느 수준이 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고금리에 따른 수익을 다양한 사회공헌 확대를 통해 국민과 함께 나누고 또한 지속적인 주주환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