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0.5% 금리 인하, 예상보다 큰 폭…국내 금리 인하 추세, 부동산 시장 변곡점
정부 집값 급등 억제 규제, 은행권 돈줄 조이기 강화 가능성 커
'양극화' 문제 딜레마…정부 금융 정책 카드, 단기적 변동성 '변수'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19일 (현지 시간 18일) 미국에서 갑작스러운 '빅컷(Big Cut)' 소식이 들려 왔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0.5%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시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美 FOMC가 예상보다 일찍, 큰 폭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어서 국내외 시장 반응도 당황하는 게 역력했다. 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미국 주식시장이 빅컷 발표 다음 날에 가서야 랠리를 보인 반응도 그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다.
빅컷은 급격한 경기 침체가 우려되거나 경기 부양을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내수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인 만큼 이를 두고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고금리 기조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변곡점이 됐고 앞으로 미국의 추가적인 빅컷 조치여부에 따라선 국내 금리 인하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 경기가 살아날 기회를 맞게 되지만 잘 나가던 수출은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저하와 미국 경기 부진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란 게 일반적 전망이다.
미국의 빅컷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은 뻔히 예상되는 바다. 국내 금리인하로 이어지면 당연히 대출 이자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기업들은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가계의 소비여력은 높아져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유동성은 커지고 투자자금이 넘치게 되면 당연히 자산시장 즉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으로 돈이 몰리게 된다. 자산시장의 가치는 상승 또는 급등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것이 미국의 빅컷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교과서적 전망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 경제가 움직이는 게 일반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꼭 예상대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당장 미국의 경우도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지표가 발표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주요 도시들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5%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5%포인트(p) 높은 것이다.
국내 주택가격도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14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올 2분기부터 급등세를 보이며 2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굳이 양국을 비교하지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란 공통점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 한국 보단 단순한 편이다. 미국의 모기지론은 고정금리로 단순화 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변동금리의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번 금리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집값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까. 우선 몇 가지 살펴봐야 할 포인트들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우려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 강화책을 들고 나올지 여부다. 당장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규제 강화책을 꺼내 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징벌적 규제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규제강화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었다는 점을 현 정부도 알기에 이 같은 하책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심과 신도시 공급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세제 규제 강화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이보다는 은행권을 통한 '돈줄 조이기'는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준금리는 낮아지더라도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시키는 방식이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은행권을 압박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산금리를 상황에 따라 조절해 온 것이 대표적 예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 우려가 높아지자 정책 모기지 금리 역시 올린 것도 돈줄 조이기의 전형이다.
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단계적 강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문턱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9월 들어서 이 같은 효과들이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도 겹친 상황이어서 국내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집값 급등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돈줄 조이기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자칫 내수 경기를 살릴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아파트값 급등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신축과 재건축에 국한됐는데, 주택경기를 더욱 급랭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내수 시장의 비중이 큰 건설 뿐 만 아니라 전후방산업의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극화'라는 복잡한 속내를 띠고 있다는 게 문제다.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택과 비주택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전방위적 카드로 쓰기에는 부담이 크다.
금리인하는 대세적 추세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으로 작용 되겠지만 단기적 변동성 여부는 정부의 금융 정책 카드가 가장 큰 변수될 가능성이 크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