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 선택권·정보 제한 등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이는 경우 많아"
"학원설립·운영자와 학습자 사이 분쟁 위해 개입 필요성 인정"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학습자의 사유로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학원설립·운영자가 교습비 등을 반환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학원의설립·운영및과외교습에관한법률(학원법) 제18조 제1항, 같은 법 제2항 중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해당 법 조항을 합헌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착석해 있다. 2024.08.29 choipix16@newspim.com |
청구인인 정모 씨는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 강의 등을 하는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진모 씨는 2018년 12월 6일부터 2019년 10월 25일까지 정씨 학원에 교습을 등록했다.
하지만 진씨는 2019년 1월 10일 학원을 더 이상 다닐 수 없다면서 수강료 환불을 요청했으나 정씨가 이를 거부하자 수강료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학원법 제18조 제1·2항, 같은 법 제23조 제1항 제10호,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2·3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진씨가 낸 소송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정씨가 낸 두 번의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기각·각하됐다.
헌재는 "교습비 등 반환 조항은 학원설립·운영자와 학습자 사이에 교습비 등에 관한 분쟁을 방지해 학습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학원이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하고자 함에 입법취지가 있다"며 "이는 당사자의 약정으로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학원법상 관련 조항들, 교습 계약의 특성 등을 종합해 보면 교습비 등 반환 조항에 규정된 '학습자가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란 결국 학습자의 단순 변심을 포함해 학습자 측의 사유로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모든 경우를 의미함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교습비 등 반환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재는 "학습자가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교습 계약 당사자들로 하여금 교습비 등의 반환 여부, 반환 금액 등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한다면, 현실적으로 선택권이나 정보가 제한되는 등 불리한 지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 학습자로서는 학원설립·운영자가 미리 정한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학습자가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고 그 결과 교습 계약 해지로 인한 위험이 학습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헌재는 "할인 등의 혜택 제공을 통해 학습자로 하여금 장기간의 교습비 등을 일시불로 선불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 학원설립·운영자와 학습자 사이에 교습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므로 교습 계약 당사자 간 사적자치에 일부 개입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교습비 등 반환 조항이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대통령령에서는 적어도 학습자가 수령한 교습 등에 대한 정당한 교습비 등의 지급은 보장하면서 학원설립·운영자와 학습자의 이익을 조화하는 정도로 반환 사유와 반환 금액 등이 공평하고 적절히 대응하도록 정해질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도 봤다.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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