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주 모르게 사기 치다 소재불명
하급심, 계좌주 50% 책임...대법서 파기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실에 의한 방조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으려면 방조와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서 상당한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대여금 청구와 손해배상 등 원심에서 패소한 A씨에 대한 상고심을 지난달 1일 열어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경 계좌를 개설해 고등학교 동창인 B씨에게 주고 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도 건넸다. B씨는 이 계좌를 주식선물 투자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제3자'와 문제가 불거졌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B씨는 2020년 7월~2021년 7월 C씨에게 해외선물거래 투자 시 원금 보장 및 매월 2%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해 A씨 명의의 계좌로 1억2000만원을 받았다.
C씨는 사기 혐의로 B씨를 고소했으나 B씨 소재불명으로 현재 수사가 중지된 상태다. 이에 따라 C씨는 A씨를 상대로 1억2000만원에 대해 주위적 청구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예비적 청구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에 나섰다.
1심은 A씨가 C씨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할 경우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A씨는 B씨의) 기망행위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A씨와 C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지 않았다. "민법상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실에 의한 방조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으려면 방조와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서 상당한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하는데, A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은 "원심 판결에는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 내지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은 A씨가 C씨를 기망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A씨가) 이 사건 계좌를 통해 투자 사기와 같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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