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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예산안] 팹리스 특성화대학 설립 추진…반도체학과도 썰렁한데 실효성 의문

기사입력 : 2024년08월27일 11:00

최종수정 : 2024년08월27일 11:19

정부, 내년 '팹리스 소규모 특성화대학 설립' 추진
지난 5월 발표한 '반도체산업 종합 지원 대책' 일환
20억 규모 신규사업…'계약학과' 형태 운영 가능성
실제 인력양성 가능성은 의문…"실질적 유인책 필요"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정부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분야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팹리스 소규모 특성화대학 설립 추진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이공계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반도체 인재를 키울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 반도체학과 인기 떨어지는데…실효성은 '글쎄'

이번 예산안에는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내용이 담겼다.

특히 총 20억원 규모의 팹리스 분야 소규모 특성화대학 2개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간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한 특성화대학교는 운영되고 있었지만,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특성화대학을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당 정원은 20~30명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한 특성화 대학이 지정됐는데, 이번에는 팹리스 분야에 한한 특성화 대학을 설립하는 취지"라면서도 "교육부에서는 학교당 20~30명의 정원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집행 계획은 수립 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소부장·후공정 석·박사 전문 인력 양성 사업도 신설한다. 60억원 규모, 10개교 대상이다. 한국-네덜란드간 대학생 및 재직자가 참여하는 현지 공동 팀 프로젝트 사업도 새로 선보인다.

팹리스 특성화대학은 현재 운영 중인 반도체학과와 유사하게 기업 연계 계약학과로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계약학과란 대학과 기업이 연계해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 관련 학문을 전공으로 개설한 학과로,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다.

그간 팹리스 전문 인력 육성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던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팹리스 특화 대학을 만드는 것은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젊은 층에도 기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엇갈린다.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학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팹리스 특성화대학을 추가로 설립한다고 해 실질적인 인력 양성으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추가 합격률은 220%였다. 작년 추가합격률(130%)을 크게 웃돌았을 뿐 아니라 연세대 자연계열 정시 평균 추가합격률인 63.2%보다 훌쩍 높다. 추가합격률이 높을수록 최초 합격자가 많이 이탈했다는 의미로, 학과의 인기가 떨어진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다른 대학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고려대 자연계열 평균 정시 추가합격률은 29.8%였는데 반해 반도체공학과 추가합격률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100%였다. 한양대 역시 자연계열 평균 정시 추가합격률으 39.4%였지만 반도체공학과는 200%였다. 의대 정원 증원이 본격화할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학과의 인기가 떨어지는 현상에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도 한몫한다"며 "의대 등 다른 분야는 오랜 시간 공부하는 대신 처우 등이 뛰어나지만 반도체 분야는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게 대단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환 교수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다 보면 학생들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어도 졸업 후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팹리스 특성화대학을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국내선 영세 팹리스 기업이 대부분…"구체적 유인책 꼭 필요"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로 운영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학생들이 연계된 팹리스 기업으로 취업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지만 팹리스에 대한 시장 영향력은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한국 팹리스 업체의 작년 총매출액을 4조 원가량으로 추정한다. 국내 팹리스 기업은 100여개 수준인데, 직원이 50명이 넘는 곳이 드물 만큼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다.

유회준 한국반도체공학회장(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은 "팹리스 인력은 상당 수준의 학교와 대학원을 마친 전문가여야 한다"며 "문제는 그런 전문가가 한국의 영세한 팹리스 회사, 중소기업에도 속하지 않는 직원 규모도 20~30명에 불과한 곳을 들어갈 것인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회준 회장은 "이번 정책이 MZ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특성화대학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과 유인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환 교수 역시 "팹리스 특성화대학이 앞으로 계약학과 형태로 수월하게 운영되려면 앞으로 취업할 기업의 처우, 연봉, 근무조건이나 환경이 좋다는 부분을 확실하게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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