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이어 쿠팡도 "홈플러스 인수 검토 안해"
투자업계서 MBK 입찰 얘기 나오지만
오프라인 유통사 낮은 성장성·고물가 지속
업계 "몸값 부풀리기 전략 의심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에 나선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쿠팡까지 연일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정작 당사자들은 '염두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MBK가 매각을 앞두고 몸값을 띄우기 위해 투자업계를 통해 인수설을 흘리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배포했다. 일부 매체에서 쿠팡이 퀵커머스를 추진 중이라며 이를 위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협상에 나섰다는 취지로 보도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진=홈플러스] |
앞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도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알리 본사에서 나온 관계자가 김광일 MBK 부회장과 만나 인수를 논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알리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최근 알리 코리아가 국내 유통기업과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해당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전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주도로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 생태계가 급변하고, 이커머스가 오프라인을 앞서면서 홈플러스를 통째로 매각하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당시 가격이 적당한지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에는 국내 온오프라인 소비 시장 비중이 오프라인 70%, 온라인 30%로 오프라인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2024년 현재는 온라인이 55%로 더 우세해졌다. 유통 시장 환경이 급변하며 오프라인 기업인 홈플러스의 가치도 떨어지게 됐다.
MBK는 이후 홈플러스 점포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추진하며 부담을 줄이는데 총력전을 다하고 있다. 현재는 4000여억원 대출이 남은 상태다. 홈플러스는 이번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재원 일부로 차입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강서 본사 전경 [사진=홈플러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물로 나온 뒤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유통사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홈플러스가 리브랜딩을 통해 영업손익 등이 개선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총 3개 사에서 3년 만기 조건으로 총액 1조3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 계약에 합의하면서 자금경색도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투자 업계에서 MBK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에 예비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유통업계 시각은 다르다. 이커머스 전쟁이 점차 격화되면서 할인 혜택 등이 늘어나자 고객은 점점 더 온라인으로 모여들고 있다. 최근에는 C커머스 기업 알리, 테무까지 가세했고, 아마존과 쇼피 등 글로벌 기업의 진출도 예고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사의 성장 가능성은 점차 하향 평가되고 있다. 최근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매각 상황에서 악재다.
노조 반발도 거세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의 분할 매각을 반대하며 매각 저지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일에도 노조 150여명은 MBK 사무실 앞에서 단체 행동을 했고, 다음 달 말에는 1000명 참여를 목표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매각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자, MBK가 알리나 쿠팡 등을 끌어들여 몸값을 띄우려는 언론 플레이를 시도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인수설을 흘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다만) 국내를 거점으로 한 해외 시장 공략에 더 관심이 큰 알리나,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를 이미 확충해 놓은 쿠팡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투자업계에서 몸값 부풀리기로 근거 없이 인수설을 퍼뜨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언론플레이보다는 매물의 경쟁력을 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