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식·경험 부족한 연령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
"성적 학대·착취 여부 평가할 수 없어 절대적 보호 필요"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사람을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 등으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형법 제305조 제2항에 대한 위헌소원 및 위헌제청 사건에서 해당 조항 중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에 관한 부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정섭 검사 탄핵심판사건 1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2024.05.08 mironj19@newspim.com |
형법 제305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301조(강간등 상해·치상) 또는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치사)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에서 확대한 것으로, 2020년 5월 19일 신설됐다.
청구인 A씨는 19세 당시 채팅방에서 알게 된 15세 피해자를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제청법원은 재판이 계속되던 중 형법 제305조 제2항 중 '간음'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결정했다.
B씨(52)와 19~29세 7명 등 총 8명의 청구인은 13~15세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각각 1심이나 항소심 재판 중 형법 제305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해당 조항이 피해자의 연령이나 신체적·정신적 성숙도, 구체적인 인적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등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며, 성적 자기결정권 등 권리를 침해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도 13세 미만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고, 설령 동의했더라도 성적 행위의 의미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이들의 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적 결단"이라고 판단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과정 중에 있어 개인에 따라 미숙하나마 자발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들의 성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성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채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상대방의 행위가 성적 학대나 착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성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 절대적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며 "연령에 따른 발달정도나 개별적·구체적 상황 등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달리 해야 할 만큼 차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끝으로 헌재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각종 성폭력범죄가 흉포화·집단화·지능화·저연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법체계로는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 청소년성보호법 제8조의2 제1항이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을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심판대상조항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법정형을 청소년성보호법 제8조의2 제1항의 범죄보다 가볍게 정하지 않았다고 해 형벌체계상 정당성이나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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