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확대에 생산능력 확대하는 TSMC...삼성은 "가동률 저하"
"TSMC 레거시 중심, 삼성 2나노 이하 첨단공정 더 집중해야'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주문이 2026년치까지 가득 찼다. 이것은 결국 삼성전자 3nm 물량이 TSMC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더 첨단 공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만 공상시보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7개 기업이 TSMC 3nm 공정을 사용한 반도체 생산 예약에 나서면서 TSMC의 향후 2년치 주문이 최대 생산 능력에 가깝게 들어차 있다고 전했다. 이에 TSMC는 향후 3nm 파운드리 가격을 5% 이상 인상하고, 첨단 패키징(CoWoS) 가격도 10~20%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컴퓨터 메인보드 위에 있는 TSMC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공상시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하반기 3nm 주문이 강력해 가동률이 최대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TSMC의 황위안궈 수석 공장장은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기술 심포지엄에서 "올해 3nm 공정 생산능력이 지난해 보다 3배 늘어났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총 7개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3nm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파운드리 양산 기술로, TSMC는 갈수록 확대되는 AI 수요에 맞춰 반도체 생산능력을 키우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22년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3nm 파운드리 공정에 도입해 초도 양산한 삼성전자는 첨단공정에 있어 대형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TSMC와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1.7%로 전분기 16.2% 보다 0.5%포인트 늘었다. 반면 시장 점유율은 11.0%로 전 분기(11.3%) 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 간 점유율 격차는 전분기 49.9%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50.7%포인트로 확대됐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5, 4nm 및 3nm 첨단 공정이 대규모 고객사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하되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파운드리의 전반적인 운영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윤창빈 기자] |
파운드리 사업에 있어 TSMC가 갖춘 강력한 경쟁력은 단단한 반도체 생태계다. 대만은 TSMC를 주축으로 반도체 전·후공정 인프라와 IP(설계자산) 협력사 풀이 폭넓게 구성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대만과 같은 자국내 파운드리 협력업체 풀이 취약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고객의 인공지능(AI) 아이디어 구현을 위해 삼성전자의 최선단 파운드리 기술은 물론, 메모리와 어드밴스드 패키지 분야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해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삼성전자가 밝힌 AI 원스톱 서비스 개선 방향은 패키지, 후공정 업체와 협력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후공정업체가 성장해 삼성전자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도 유리하다"면서 "TSMC가 레거시(범용) 공정으로 가는 상황에 삼성전자는 2nm 이하 첨단공정에 보다 더 집중해 하이엔드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