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이어 국회의장 경선까지 영향력
대권가도 맞물려 강성당원 의사 대폭 반영
"침묵하는 당원 배제해 움직이면 안 돼"
[서울=뉴스핌] 홍석희 윤채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김이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4·10 총선에서 대승을 한 민주당 당내 선거가 연이어 '명심'(明心, 이재명의 의중)으로 정리되며 확고한 이재명 중심 체제를 완성하는 모양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16일 국회의장 경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의중은 추미애 당선인(6선)에게 향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추미애 당선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4.12 leehs@newspim.com |
전날 추 당선인과 선수가 같은 6선 조정식 의원이 추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내려놨고 5선의 정성호 의원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두 의원의 사퇴로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추 당선인과 5선 우원식 의원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추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는 등 '원조 친명'으로 분류하긴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본인 장관직 사퇴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저격하는 동시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감싸며 급격히 이 대표와 가까워졌다.
추 당선인은 이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서도 "이 대표와 미리 여러 차례 깊이 얘기를 나눴다. 다른 후보한테는 그렇게 안했다고 그런다"며 '명심'이 본인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인 지난 5·6일 각각 조 의원과 정 의원을 만나 후보 등록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당시 의사를 굽히지 않고 9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 경선은 4인 구도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지난 주말 추 당선인 '추대'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박 원내대표는 '당심(당원 민심)'을 근거로 거듭 직간접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의 사퇴 권유 뒷배경엔 이 대표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추미애 국회의원 당선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4.05.08 pangbin@newspim.com |
이 대표가 추 당선인을 차기 국회의장으로 민 것은 본인의 대권가도와 연결해 강성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이 대표 팬카페 등에는 강성 당원들의 '추미애 의장' 추대론이 이어지고 있다.
한 초선 당선인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추미애를 의장 시켜야한다는 내용의 문자가 반복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22대 국회 초반 강경 드라이브로 대여공세를 펼쳐야 하는데 이에 추 당선인이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추 당선인이 강성 이미지로 의장 행보를 계속할 경우 상대적으로 이 대표는 민생 등을 챙기며 실리를 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앞선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박찬대 의원이 단독 입후보하며 이 대표 의중대로 교통정리 되는 모양새였다. 당시 후보군에 올랐던 여러 의원들이 당내 눈치를 보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바 있다.
이같은 현상은 총선 압승 이후 예견된 수순이지만, 일각에선 당이 강성 당원의 목소리에 지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심이라는 이름으로 친명 초선 의원들이 너무 강성으로 나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제 아예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140만명의 권리당원 중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떠드는 당원들 의견만 반영해서 당이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