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올해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재초환)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는 좋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따져보면 불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당초 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득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됐다. 발표 당시부터 위헌 논란을 빚었지만 결국에는 법이 공포됐다. 재초환 제도에 따라 초과이익 부담금이 부과되는 재건축 단지는 2008년부터 발생됐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로 아파트 재건축 사업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면서 적용된 단지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이후 2012년 연말 재초환 시행을 일시 중단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은 재초환 제도가 일시 중단됐다. 이 때 눈치를 보던 재건축 단지들이 대거 사업에 뛰어들면서 서울 도심에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5년간 시행 중단 일몰기한이 종료됨에 따라 부동산 규제책의 일환으로 재초환 제도 부활을 선언했고 2018년 1월 1일부로 재초환은 다시 살아났다.
재초환이 부활하면서 재건축 단지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재초환에 대해 문제 삼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재건축 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짓는 것이다. 철거하고 새로 짓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가구 수를 늘려 지어 추가된 가구들을 분양해 그 수익으로 철거와 신축 비용을 충당한다. 하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재원은 단 한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집값이 올라 이익이 생긴다면 그에 따른 부담금을 내야 한다. 오히려 재건축을 위한 인허가 과정에서 상당량의 토지와 시설물을 기부채납하며 교통·소방·안전분담금 등을 주무관청에 별도로 납부하는데도 말이다. 반면 집값이 내려 손해를 본다면 이를 보전해주진 않는다.
부동산은 입시·병역과 함께 '민심의 3대 역린'으로 꼽힌다. 특히 부동산 투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사태' 때 이미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로 확인했다시피 뿌리 뽑아야 하는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재초환이 '악법(惡法)'이라고만 치부할 순 없다.
하지만 꼭 이 시점에 재초환을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있는지 묻고싶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서울 등 도심에 주택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빼곡히 건물들이 들어선 서울에서 비어있는 땅을 찾기는 힘든 만큼 재건축을 통해 주택공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 단지들 조차 재초환으로 인해 사업 추진을 꺼려하고 있다. 금리가 치솟은데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사업성이 부족한 경우 분담금을 내야하고 추가로 재초환 부담금까지 내야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든 재초환이 재건축 사업까지 막고 있는 것이다.
재초환 폐지로 도심 내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과 이로 인한 '집값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무작정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에 사로 잡혀 재초환을 유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22대 국회가 '여소야대' 형국을 유지하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달라진만큼 시대에 맞춰 재초환 폐지 논의를 본격화해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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