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포커스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경력단절 확률 줄이는 '일·가정 양립' 정책 개선해야
인적자본 훼손 막아 거시경제 성장에도 도움 돼
[세종=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경력단절을 우려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의 증가가 최근 출산율 감소의 40% 가량을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사회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여성이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가정 양립 환경에 대한 정책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정책은 노동시장 전체의 노동공급을 증가시키고 경력단절로 회복할 수 없는 인적자본 훼손을 방지해 거시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KDI 포커스에 실린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조덕상 연구위원·한정민 전문연구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경제이론은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를 여성의 기회비용 상승으로 설명했으나 200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고소득국가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소득, 출산율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은 여성에게 육아 부담이 집중된 가운데,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여성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 남성의 가사참여도는 일본과 튀르키예 다음으로 낮고 합계 출산율도 가장 낮은 국가임이 OECD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우리사회의 여성의 경력단절을 경험한 확률은 2014년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3년 현재 17%대를 나타내고 있다.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2023년 9%로 급격히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자녀가 있는 경우 경력단절 확률은 4%p 감소하는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청년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이 14%p 가량 증가함에 따라 전 생애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손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KDI는 2013년에서 2019년 무자녀 비중이 높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성별 고용률 격차가 축소됐음에도 출산에 따른 고용상 불이익(child penalty)는 오히려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출산률 하락 원인의 40% 가량을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2014년 이후 지난 10년간 무자녀 여성과 유자녀 여성 간 경력단절 확률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를 위한 정책은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의 수를 출산율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출산과 교육·보육은 부모가 수년 혹은 십수 년에 걸쳐 공백 없이 이루어 내야 할 과업"이라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동안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단축 근무 등의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육아기 단축근무로 부모의 근로시간이 감소하더라도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줄어들 경우, 여성이 생애 전반에 걸쳐 제공하는 노동시간은 오히려 증가한다"며 "개인 또는 가구 입장에서는 평생소득의 증가를, 거시경제 관점에서 노동 공급 증가에 따른 경제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