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누워서 클릭 몇 번으로"…상품비교도 한 눈에
고물가 '불황형 소비'도 온라인 쇼핑 선호에 한몫
유통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더 빨리, 더 편하게' 기조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도 유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플랫폼의 위협과 국내 플랫폼의 위기, 도전도 엿보인다.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도 두드러진다. 변화의 기로에 선 유통 산업의 현황을 되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마트에서 장보기를 즐기던 A씨는 최근 누워서 모바일로 쇼핑하는 재미에 빠졌다. 비록 물건을 직접 보고 구입할 수는 없지만 '사과' 하나만 검색하더라도 다양한 크기와 모양,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요즘 매일 잠들기 전 모바일 앱으로 마감세일 쇼핑을 한다. 오후 10시쯤부터 쏟아지는 마감 세일 상품을 주문하고 잠들면 다음 날 출근 전 집 앞에 배송이 도착한다.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팬데믹에 온라인으로 돌아선 소비자들이 엔데믹에도 온라인에 머물고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특히 온라인 중에서도 모바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앱쇼핑'이 화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보다 11.0%(1조8856억원) 증가한 18조976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모바일쇼핑은 두 자릿수(12.1%, 1조5303억원) 증가한 14조2039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0.6%p 증가한 74.8%였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 '불황형 소비'도 한몫…다양한 물건 한눈에 비교 가능
편안한 소비와 더불어 고물가로 인한 '불황형 소비'도 온라인 유통 시장 성장에 한몫 했다.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유입되면서 하나의 플랫폼에서도 여러 물건을 비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양한 플랫폼을 널뛰기하듯 돌아다니며 물건을 비교해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가격과 품질의 조정도 소비자 맞춤으로 가능해졌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질 좋은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와 상품 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본업 경쟁력으로 여겨지던 농축수산물 거래 등 신선식품 거래에서도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로 찾고 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농축수산물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 '로켓프레시'에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선택한 물건보다 단가가 더 저렴한 물건이 추천 목록에 잇따라 뜬다.
마켓컬리에서는 물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500ml 페트병과 비교하는 그래픽을 넣거나, 알레르기 정보, 포장 타입,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추가해서 제공하고 있다.
◆ 엔데믹, 돌아오지 않는 소비자들
이 때문에 온라인 유통시장의 파이는 커지는 반면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2023년부터 이미 온라인 시장은 49.7%로,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합친 32.4%보다 높다.
올해 1월에 발표된 지표에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엔데믹이 완연해진 지 1년이 지나서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온라인 매출은 53.6%로 전년 동기 대비 더 상승한 반면 대형마트는 12.7%, 백화점은 16.1%로 각각 감소했다.
이커머스 1위와 대형마트 1위인 쿠팡과 이마트의 관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엿보인다.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도 쿠팡은 브랜드 가치 평가지수(BSTI·BrandStock Top Index)에서 이마트를 제쳤다. 쿠팡은 902.8점을 획득해 종합 9위에 올라 기존 유통 업종 1위 브랜드였던 이마트(12위)보다 3계단이나 높았다.
브랜드스탁은 "쿠팡이 이번 분기 유통 업종 최고 브랜드에 등극하면서 그동안 오프라인 기반 위주의 유통 생태계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다"며 "향후 온라인 위주 유통 브랜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시장이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에는 교환 반품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서 온라인 쇼핑에 아무 어려움이 없다"라며 "온라인의 편리성을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겪었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히 물건만 판매하는 업태는 어려운 지경으로 가는 것 같다"며 "오프라인은 온라인과 확실히 구별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