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임원 재판서 "지시 안했다" 허위진술
"본인 형사처벌 면하려 위증…동기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 소유의 회사가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 그룹 임원이 관련 사건 재판에서 허위 진술한 혐의로도 기소돼 집행유예를 추가로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당시 박혜정 판사는 지난 8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전 티시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 DB] |
앞서 김 전 실장은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 휘슬링락 컨트리클럽(CC)의 김치 제조·판매 관련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은 2018년 6월 휘슬링락CC 임원 A씨의 재판에서 'A씨가 김치 제조사업을 한다고 해 승인·결재했을 뿐 김치 제조를 지시한 적이 없고 2014년경 김치 생산량을 늘리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태광 경영기획실에서 휘슬링락CC에 김치 생산량을 늘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A씨 변호인의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 제가 직접 보고받은 바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김치 제조량과 판매량, 판매처에 대한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지난해 10월에는 김치·와인 강매와 관련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도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티시스'와 '메르뱅'을 지원하기 위해 티시스가 운영하는 휘슬링락CC에서 생산하는 배추김치와 메르뱅이 판매하는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실장 측은 위증 사건에서도 "A씨에게 김치 생산량을 늘리라고 지시하거나 태광 계열사 전체에 김치를 판매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판사는 "휘슬링락CC의 김치 생산량 증가 및 판매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2013년 말 내지 2014년 초 A씨에게 김치 판매량을 높일 수 있으니 김치 생산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라며 김 전 실장이 허위 진술을 했다고 판단했다.
휘슬링락CC의 김치 매출액은 2012년 1억원, 2013년 3억원 정도였으나 김 전 실장이 경영기획실장이 된 후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매출액은 합계 95억 정도로 급격히 높아졌다. 또 직원들도 '그 무렵 김 전 실장이 김치 제조 또는 김치 생산량을 늘리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증언은 식품위생법 위반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A씨가 부담하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이에 더해 피고인이 태광 경영기획실장으로서 계열사에 김치를 판매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에게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허위 사실을 진술할 동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위증을 했다"면서도 "피고인의 증언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전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