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절반 이상 "정부 '한글책임교육' 도움 안 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100명 중 약 65명은 취학 전 자녀에게 한글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학교 교육과정이 한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교육 당국의 '한글책임교육' 정책에 구멍이 뚫린 모양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달 16~29일 전국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2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앞서 늘봄학교 방송댄스 프로그램을 참관하며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2.05 photo@newspim.com |
조사 결과 응답자의 64.8%는 자녀가 취학 전 미리 한글을 배우고 입학했다고 했다.
한글을 미리 가르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교에서 한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생각해서'가 61.2%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이어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아니까'(32.1%),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 수단이어서'(32.1%), '아이가 원해서'(26.1%) 순이었다.
자녀가 한글을 어떻게 배웠는지 묻는 질문에는(복수응답) 보호자가 직접 지도했다는 응답이 65.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방문교사 학습지 또는 과외가 27.4%, 유치원 24.4%, 어린이집 22.2%, 학원 3.0%였다.
지난 2017년부터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사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우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1, 2학년의 한글교육 시간을 종전 27시간에서 60여 시간으로 대폭 늘리는 '한글 책임교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걱세와 정치하는엄마들은 초등 1학년 교육 과정이 한글을 아직 배우지 않은 학생이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돼 있어 초등학교 입학 후 충분한 한글교육을 제공해 선행학습이 필요 없다는 교육부의 '한글책임교육'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 '수학교과서'와 '수학익힘책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구성이 한글을 아직 배우지 않은 초등 1학년에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절반 이상인 55.7%(매우 그렇다 22.4%, 그렇다 33.3%), '아니다'는 44.3%(전혀 아니다 12.9%, 아니다 31.4%)로 나타났다.
또 '한글책임교육' 정책이 취학 전 한글 선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가 53.3%로, 절반 이상의 학부모가 교육 당국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단체는 "수학교과서 첫 부분에는 '친구들의 얼굴을 색칠해 봅시다', '친구들의 소개를 들어볼까요?', '알맞은 그림자를 찾아 이어 봅시다', '그림을 보고 생각나는 것을 말해 보세요'와 같은 문장이 마구 나온다"며 "같은 시기 한글교육은 이제 ㄱ, ㄴ, ㄷ, ㄹ이나 ㅏ, ㅑ, ㅓ, ㅕ 등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있어 그 괴리감이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설문에서는 한글책임교육 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학교생활전반에서 한글선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68.5%로 조사됐다. 이어 '한글책임교육 정책을 실시해도 미리 선행사교육 할 사람들은 다 하므로' 67.6%, '여전히 국어, 수학 교과서가 어렵기 때문에' 40.5%, '정책과 무관하게 선생님이 교과 진도를 빠르게 나가기 때문에' 27.0%로 집계됐다.
두 단체는 "교육부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발달 수준을 위해 수학 교과서 내의 한글 수준의 난도와 복잡성을 낮추고 수학 교과서 내용의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학 교과서뿐 아니라, 여타 교과에 대한 점검 및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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